최근 수입 대파와 국산 대파 간 가격 차가 좁혀지면서 수입 대파에 대한 고정 수요가 생겨난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온다. 국산 대파의 소비 기반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배경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가락시장의 수입 대파 시세는 국산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그러다 점차 반입량도 늘고 가격도 국산의 50% 선에서 형성되더니 올들어 1월4일엔 10㎏ 기준 2만6700원에 거래됐다. 국산 대파 상품 평균 경락값(3만3696원)의 79% 수준이었다. 3월1일에도 수입 대파는 2만2000원에 거래돼 국산(3만1044원)의 71%에 달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국산 시세가 오르면서 수입 대파 가격이 덩달아 상승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수입 대파에 대한 고정 수요층이 형성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중도매인들 사이에서 판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수입 대파를 함께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승훈 동화청과 경매사는 “평상시 수입 대파 시세는 국산의 절반 정도인데, 국산 반입량이 적거나 품위가 좋지 않으면 중도매인들이 바로 수입 대파로 눈을 돌리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최용석 대아청과 경매사는 “요즘 대파를 취급하는 중도매인 대부분이 외국산을 함께 매입하는 추세”라면서 “식자재마트와 식당 등에 안정적인 고정 판로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입 대파는 지난해 11월13일 가락시장에서 본격 상장거래되기 시작했다. 수입 대파는 도매법인 자체 정가·수의 매매를 통해 극소수 중도매인들만 거래해온 품목이었으나 수입업체들이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명시된 수탁의 거부금지 조항을 근거로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등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바뀌었다.
현재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입 대파는 대부분 중국산이다. 최근 들어선 손질 수준도 올라가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대파를 들여와 가락시장에 내놓는 한 수입업체 대표는 “수입 대파는 국산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검역 때문에) 뿌리와 흙을 다 제거한 뒤 들여오다보니 특히 식당에서 점점 선호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올들어 세번째 대파 할당관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는 당장 4월 한달간 신선대파 3000t에 할당관세(0%)를 적용한다. 앞서 할당관세 적용 사례는 올 1월 1000t, 2월 2000t 등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내 반입된 외국산 대파는 7030t으로 대부분 중국산이다. 지난해 동기 반입량(630t) 대비 11배 이상 폭증했다.
농협경제지주 원예수급부 관계자는 “대파시장에서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궁극적으로는 국산 대파 자급률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할당관세 기간에 가격 동향을 지속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