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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기후위기 속 농민 지키려면? “위험한 노후주택 퇴출시키고, 농작물 재해보상 강화해야”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03-26	조회	1101
첨부파일	20240325500796.jpg

           [기후위기와 농민 인권] (하) 해결방안은

           안전기준 마련해 주거권 보장

           자가가구도 이전비용 지원을

           재해범위 넓히고 보상 현실화

           생존권 위해 소득증대 방안도

           품종 개량 등 생산성 유지 관건

           선제대응 기술 개발 서둘러야

                                                                                     농민신문 이재효·김해대 기자  2024. 3. 25

‘정부가 기후위기 재난 예방을 위한 사전 준비를 잘하고 있다’ 7.2%. ‘정부가 기후위기 재난 발생 시 즉각적인 대처를 잘하고 있다’ 12.2%. ‘정부가 기후위기 재난 피해자에게 일상 회복 지원을 잘하고 있다’ 7.4%.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기후위기와 주거권에 관한 실태조사’에 실린 통계로 농산어촌 주민들이 기후위기 상황에 대한 정부 대처를 평가한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미흡한 기후위기 재난 예방·대처 방안은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농심을 더욱 후벼파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농민 인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을 받아들여 농민 인권 보호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농촌 노후주택 품질 규제 도입 필요=기후위기가 점차 현실화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펼치는 기후 관련 정책은 부족하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국제 기후변화 정책 분석 전문기관인 저먼워치, 뉴클라이밋 연구소, 클라이밋액션네트워크 등이 공동으로 지난해 12월 발표한 주요국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64개국 가운데 61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한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뿐이었다.

이러한 오명을 벗기 위해 각 정당에서는 4·10 총선을 맞아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앞다퉈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총선 공약으로 ▲기후대응기금 확대 ▲기후위기 취약계층 대상 대응 인프라 확대 ▲긴급 기상재해 정보서비스 확대 등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도 ▲농어업재해 국가 책임제 도입 ▲재생에너지 참여 주민 바이오 연금 지급 ▲탄소중립직불제 확대 등을 제시했다. 그동안 주요 논의에서 빠졌던 기후 의제가 주요 총선 공약으로 다뤄진 점은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해당 공약들에는 농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내용이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전문가들은 여러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농촌 주택에도 주거 품질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예로 영국은 2004년 ‘주택법’ 개정 당시 ‘주거 위생 및 안전 평가체제(HHSRS)’를 도입하고 노후 주택 등에는 임대를 제한하는 주택 품질 규제 정책을 도입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택 안전기준 규제를 신축 주택에만 적용한다. 그 때문에 노후 주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촌지역 주택은 해당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농민들은 주거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역시 정부 차원에서 실태조사를 통해 적절한 기준을 마련한 후 주거권을 위협하는 주택에 거주할 수 없도록 바꿔야 한다”며 “이를 통해 노후 주택 등 주거권을 위협하는 주택을 시장에서 퇴출해 (농촌 주민에 대한) 주거권 보장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최 소장은 자가가구에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주거 이전 비용 지원 등이 이뤄지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품질 규제를 통과하지 못한 주택에 거주하는 자가가구는 해당 주택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후위기 재난 속 농가 경영·소득 안전장치 절실, 근본적 대책도 필수=농민단체는 농민 생존권 보장을 위해 이상기후로 발생한 재해에 보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은 “현재 자연재해로 생긴 피해를 농작물재해보험으로 보상해주고 있으나 적절한 피해 조사와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재해 범위 확대, 피해 기준 완화, 재해 유형별 기준 마련, 지원 단가 현실화, 농업소득 보전, 농기계 피해 지원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건비·원재료값 상승 등으로 농가경영비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생존권 보호를 위해 새로운 농가소득 증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위원장은 “미국에서는 농가소득 증대 방안으로 농민이 위생시설 기준을 적용받지 않고 농작물을 가공할 수 있는 ‘소농식품법(Cottage Food Law)’을 시행한다”며 “우리나라도 ‘식품위생법’ ‘농산물직거래법’ 개정 등으로 농민이 직접 식품을 가공해 판매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금전적인 보상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기후에 대응할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기후위기 상황에서 농민 생존권 보호를 위해 농작물 재해복구비 상향과 농작물재해보험 확대 등 정부의 책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물질적 보상에만 초점을 맞춘 농업 재해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 실장은 “기후변화로 농작물 생육환경이 달라져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품종 개량, 농법 전환 등 기술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기후위기 대처를 위해 단계적으로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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