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제정된 중국 ‘식량안전 보장법’이 새삼 관심사가 되고 있다. 6월 시행될 ‘식량안전 보장법’은 국내 공급안정에 기반을 둔 식량안전을 뒷받침할 정책을 법제화했다. 핵심은 곡물의 기본자급과 식용 곡물의 완전자급을 식량안전 목표로 삼고, 국무원에 경지와 농지 보호의 마지노선을 지키라는 총량 보전책임을 부여했다. 아울러 중앙과 지방 간 식량비축 체계를 구축하고, 비축 식량의 규모와 매입·판매는 국무원이 결정하도록 하는 등 중앙과 지방의 의무와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비춰 우리의 식량안보 법제화를 위한 움직임은 역주행 중이다. 한때 우리도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무기화가 현실화하면서 식량안보를 헌법에 명시하고, 국가 재정 지원을 법제화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토지이용 규제 완화와 농지보전부담금 경감이 정책 테이블에 오르면서 ‘경자유전’의 헌법가치는 퇴색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여기다 물가당국은 중국의 식량안전 법제화를 비웃듯 농산물 수급 불균형 해소책으로 ‘수입카드’만 남발하고 있다.
중국이 식량안전을 법제화한 것은 국내 식량 생산이 줄어서도, 자급률이 급락해서도 아니다. 2020년 중국의 식량안전 주요 지표를 보면 경지면적과 식량·곡물 재배면적, 식량 생산량이 모두 목표치를 상회했다. 단지 식량자급률이 82.6%, 곡물자급률은 94.9%로 각각 목표치 95%와 100%를 달성하지 못했을 뿐이다. 같은 해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9.3%, 곡물자급률은 22.4%였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상 2020년 식량자급률 목표는 60%였고, 쌀 다음 식량인 밀(1인당 소비량 31.2㎏)의 자급률은 겨우 0.5%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식량안보 법제화는 누가 봐도 우리의 급선무다. 이웃 일본도 지난해부터 식량안보 법제화 작업에 들어갔고, 미국과 유럽연합(EU) 등도 식량 증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3면이 바다에다 북한 리스크를 머리에 이고 있는 우리만 유독 식량안보 불감증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못내 답답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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