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물가가 연일 화두인 가운데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농축산물 할인 지원이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에는 반영되지 않아 지수와 소비 현장 간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대안으로 농산물 공급업체에 대한 납품단가 지원을 크게 확대하기로 했다.
할인 지원은 소비자가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에서 정상가보다 20% 저렴하게 농축산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1인당 1만원 한도)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수급 등을 고려해 매주 대상 품목을 정하는데, 마트에서 ‘행사상품’ 등으로 표시하고 정상가와 할인가를 함께 적어놓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대상 품목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해당 사업이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통계청은 ‘반짝 세일’ 등 일시적 행사나 멤버십 등 조건부 할인은 물가지수 산정 때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형마트 등에서만 가능한 데다 ‘1인당 1만원’ 제한이 있는 할인 지원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올해 이 사업에 편성한 예산은 1080억원으로, 4월이면 대부분 소진할 만큼 연초 물가 잡기에 재정을 집중 투입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이 물가지수라는 결과로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 셈이다. 농식품부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유통업체의 할인 조치를 반영한 2월 사과가격 상승률은 전년 대비 27.3%로 사과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인 71%보다 크게 낮다고 밝혔는데, 그 배경에 이런 문제가 놓여 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운영하는 농산물유통정보(KAMIS)의 경우에는 멤버십 할인, 정부의 할인 지원 등이 반영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소매가가 집계된다. 2월 ‘후지’ 사과는 일반 소비용인 중품 기준 가격이 2만2889원(10개 기준)으로 전년 대비 가격 상승률이 37.2%에 그쳤다. 전년 대비 물가지수가 61.1% 오른 배 역시 KAMIS에선 ‘신고’ 상품 기준 가격 상승률이 23.4%에 머물렀다.
정부는 대안으로 공급업체 납품단가 지원규모를 크게 늘리기로 했다. 이 사업은 공급업체가 대형마트 등에 저렴하게 농산물을 납품할 수 있도록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유통업체 할인가가 아닌 정상가가 낮아지는 결과를 내고, 통계청 물가지수 조사에도 반영된다는 게 농식품부 설명이다. 당초 농식품부는 올해 배추·시금치·대파 등 3개 품목에 12억원을 투입할 예정이었지만 이달초 소비자물가 발표 이후 204억원을 투입해 사과·감귤·토마토 등 13개 품목을 지원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더 나아가 15일 당정은 농축산물가격 대응을 위해 긴급가격안정자금 1500억원을 긴급 투입하고, 이 중 일부를 납품단가 지원 확대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품목을 21개로 늘리고, 지원단가도 높이겠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농축산물 물가지수를 매월 3회 조사해 평균을 내는데, 정부의 이번 조치가 남은 3월 물가지수 조사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 것은 물론 물가지수를 안정화하는 데도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식품저널] 윤석열 대통령 “농산물 물가안정 위해 특단 조치” 
[농민신문] 정부, 농축산물 가격안정 1500억 긴급 투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