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시장에서 이른바 못난이 농산물이 ‘귀하신 몸’으로 거듭나고 있다. 상품성이 낮아 ‘떨이’ 정도로 인식됐던 과일·과채 비정형과·소형과에 대한 유통업체 수요가 늘면서다. 고물가에 따른 서민 부담을 낮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동시에 일조량 부족 등으로 산지 작황이 부진한 여파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선보인 ‘보조개 사과(보조개처럼 흠집 난 사과)’ 물량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반 사과 시세보다 30∼40% 저렴한 이 상품은 전국 점포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매대에 올려놓는 순간 금세 동나 계속 판매하는 점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보통 ‘못난이’ 농산물 판매는 농가와 상생 차원에서 소규모로 진행하는데 올해는 사과를 중심으로 물가상승 이슈가 있어선지 오히려 인기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여러 사과 산지와 접촉해 공급 확대 가능성을 타진 중”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역시 ‘겉은 못났어도 맛은 좋다’는 의미를 담은 ‘맛난이 부사 사과’ 3월 판매 물량을 지난해 같은 때와 견줘 50% 늘렸다. 공영홈쇼핑도 14∼21일 자체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상거래)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못생겼지만 예쁜 가격, 못쁜이 특집전’을 열고 ‘못난이 사과’ 등 이른바 B급 농수산물 100여종을 판매한다.
못난이 농산물 마케팅은 품목·업태를 가리지 않고 확산하는 모양새다. 농협은 참외가 본격적으로 출하하는 4월 중순부터 6월말까지 ‘투박해도 맛있다! 멋대로 참외’ 봉지 제품을 정상품 대비 20∼30% 낮은 가격에 선보인다. 크기가 작거나 모양이 고르지 않은 참외를 모아 별도의 이름을 붙여 판매하는 것이다. 이 기간 모두 8만봉지를 공급하는 게 목표다.
조영익 농협경제지주 농산물도매부 과일팀장은 “그동안 사과·배 위주로 비정형과·소과를 판매했는데 소비자 반응이 좋아 참외로 대상 품목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품 출시 첫 2주간은 가격을 더 낮춰 소비자가 더욱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세계백화점은 14∼21일 본점·강남점 등 전국 10곳 매장에서 ‘언프리티 프레시’ 행사를 연다. 딸기·토마토·오이·천혜향 등 농산물 11종을 최대 58% 할인 판매한다. 2022년부터 이 행사를 매년 1회 진행했지만 올해부터는 상·하반기로 나눠 2회 펼친다고 설명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14일 비정형과 지속 공급, 유통업체 납품단가 지원 등으로 사과 소비자가격 상승률은 도매가격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1∼14일 사과 도매가격은 10㎏ 한상자당 평균 7만2948원으로 전년 대비 112.5% 올랐지만 소매가격은 10개당 3만28원으로 31.4% 상승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