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에서 한 농협 직원이 2월 하순 내린 폭설로 무너졌지만 아직도 복구하지 못한 채 방치 중인 비닐하우스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2월 폭설피해 강원 평창 대관령면 가보니
철거·재설치에 큰 비용 들어
농기계 수리·재구입도 부담
동시다발 피해로 작업 지연
농작물 생산 차질 우려 높아
농가 수입 악영향…지원 필요
농민신문 평창=이현진 기자 2024. 3. 17
“조금 휜 정도가 아니라 다 꺾여서 부러졌어요. 통째로 철거해서 다시 세워야 하니 복구에 드는 비용이 상당한 부담이 되죠.”
14일 찾은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꽃이 피는 남도와 달리 이곳 주변은 여전히 하얀 눈밭으로 둘러싸였다. 2월 하순 내린 폭설이 녹지 않은 데다 그 뒤로도 크고 작은 강설이 계속 이어져서다.
특히 쌓인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 시설하우스가 곳곳에 보였다. 전체적으로 지붕이 움푹 내려앉아 붕괴된 곳이 많고 철근 골조가 무너지면서 보관하던 농기계 등이 짓눌리거나 갇힌 곳도 있었다.
아직 제설이 되지 않아 하우스 근처로 진입 자체가 어려운 곳도 다수였다.
선덕영 횡계5리 이장(54)은 “여긴 매년 눈이 많이 오는 곳이어서 이번에도 내부에 기둥을 받쳐 놓는 등 대비를 했다”면서 “그럼에도 워낙 많은 눈이 내려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본 농가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규모가 큰 농가는 하우스 8동이 무너진 곳도 있다”며 “재해보험을 든 곳은 그나마 낫지만 그러지 못한 농가는 피해를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앞길이 막막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무너진 비닐하우스를 새로 짓는 데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우스 제작·설치 업체에 따르면 660㎡(200평) 면적 비닐하우스 한동을 세우려면 대략 30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 이는 가장 기본적인 시설 기준이며 재배작물과 설치 여건에 따라 금액은 더 추가될 수 있다. 개별 농가의 피해규모에 따라 억대가 넘는 비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최근 선 이장이 향후 폭설에 대비하고자 제작을 의뢰한 하우스는 106㎡(32평)에 695만원의 견적을 받았다. 당연히 무너진 하우스의 철거비는 따로 지불해야 한다.
농기계를 수리하거나 새로 구입하는 비용도 있다. 영농철이 아니어서 작물 피해는 거의 없지만 하우스 안에 트랙터를 비롯해 각종 농기계를 보관하던 농가가 많아 농기계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복구 시기가 지연되면서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도 있다. 본격 영농철이 시작되는 4월까지 시설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양상추·셀러리·딸기·배추 등 4∼5월 시작되는 지역농작물의 재배시기가 뒤로 밀려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인석 대관령농협 차장은 “이미 3월 중순인데 이런 상태면 4월말 전에 무너진 하우스들을 복구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일시에 많은 하우스가 망가졌기 때문에 전문 철거업체에서 작업 일정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농 일정이 틀어지면 순차적으로 한해 농사가 다 어그러질 수 있어 농가소득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아울러 군 전체가 아닌 특정 면 지역에 피해가 집중되면서 재해 지원이 제한적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같은 평창군 내에서도 다른 읍·면 지역엔 피해가 거의 없어, 시·단위로 산정되는 정부 집계에서 대관령면지역의 피해가 크게 드러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함원호 대관령농협 조합장은 “아마 평창지역 전체에 내린 눈이 이곳과 같다면 바로 재난지역으로 선포됐을 것”이라며 “대관령면에만 유독 폭설이 집중돼 많은 농가가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기존 절차와 기준에 얽매이기보단 농가들의 마음이 더욱 무너지지 않도록 시기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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