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잦은 비’가 농산물 수급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상당수 품목에서 출하량이 급감해 가격이 치솟고 그로 인한 외국산 반입이 늘면서 시세가 하락하는 구조가 고착화하는 모양새다.
여파는 꽤 길어져 봄철 농산물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부에선 수확·저장 작업에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 불안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은 4일 양념채소·엽근채소, 5일 과채에 대해 ‘3월 농업관측’을 내놨다. 농경연은 매년 3∼12월 관측월보를 제공한다. 3월 관측은 그해 첫 예측 결과다. 그런데 올 1호 농업관측엔 달갑지 않은 문구가 거의 전 품목에 걸쳐 쓰였다. 바로 2월에 내린 ‘비’다.
이달 중순 본격 출하를 앞둔 조생양파는 21만2165t이 생산될 것으로 예측됐다. 전년(21만986t)과 견줘 0.6% 많고 평년(21만4550t)보다는 1.1% 적은 수준이다. 면적은 전년·평년 대비 각각 0.5%, 1.9% 늘었지만 단수(10a당 생산량)가 7141㎏으로 평년 대비 2.9% 감소한 때문이란 게 농경연 설명이다.
한창 출하 중인 채소류 중엔 대파가 주목된다. 서울 가락시장에 따르면 2월 대파 도매가격은 1㎏당 상품 기준 3290원이었다. 전년(1842원)·평년(1405원) 대비 79%∼134% 높다. 하지만 수입량도 급증했다. 올 1월 6779t에 이어 2월1∼20일 4544t이 수입됐다. 2월 수입량은 전년 동기(1681t) 대비 170% 급증한 것이다. 이 가운데 신선대파 수입량은 2865t으로 전체의 63%에 달했다.
앞서 정부는 1월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이유로 수입 대파에 할당관세를 적용한 바 있다. 관세 27%를 적용하면 국내시장에 출하 가능한 가격은 1420원, 무관세 땐 1160원이 된다. 국내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겨울배추·겨울무·겨울당근은 저장작업이 원활하지 않아 봄 작기 출하 때까지 공급 불안이 예상된다. 겨울배추는 예상 저장량이 8만5000t으로 전년·평년 대비 0.6%, 0.9%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겨울무는 출하 진행률이 60%로 평년(55%) 대비 다소 높고, 겨울당근 또한 저장량이 2000t으로 평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출하 시즌이 조기 종료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과채류는 기상 악화의 직격탄을 정면으로 맞는 형국이다. 비가 잦으면 일조량이 뚝 떨어지는데 일조량은 과채류 생육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조량 감소는 영호남을 가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토마토 대표 주산지인 경남 김해는 1∼2월 합계 일조시간이 315.8시간으로 전년보다 87.7시간이 적었다. 전북 장수(253.1시간)는 80.5시간 감소했다.
봄철 시즌 상품인 ‘대저토마토’는 숙기 지연으로 2월 가락시장 반입량이 16% 줄었다. 시장 거래가격은 3㎏들이 한상자당 상품 기준 2만4000원으로 38% 급등했다. 참외·청양계풋고추·오이맛고추·파프리카·애호박·오이 등도 출하량 감소에 따른 값 상승세를 탔다. 딸기는 2월 수출량이 733t으로 전년(910t) 대비 19%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