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제13차 각료회의(MC13)가 진행 중인 가운데 농업분야에선 어떤 의제가 논의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우리 농정체계와 깊이 연관된 무역왜곡 국내보조 등의 이슈가 어느 수준에서 논의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6∼29일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MC13이 열린다. 2022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MC12 이후 1년반여 만에 개최되는 것으로 각료회의는 세계무역을 관장하는 WTO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MC13에서 어떤 의제가 다뤄질지에 대해선 MC13 일정이 확정된 지난해초부터 여러 언급이 있었다.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 WTO 사무총장은 지난해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다른 의제들과 함께 ‘식량안보와 농업 개혁’을 다뤄야 할 주요 이슈로 거론했다. 다만 최근까지 협상 동향을 고려할 때 MC13에서 농업분야가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의제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견해차가 매우 큰 상황이어서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간한 ‘MC13 주요 의제 분석과 협상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분야에선 ▲국내보조 감축 ▲식량안보용 공공비축(PSH) 항구적 해법 마련 ▲식량안보용 수출제한 금지 등의 의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이 중 국내보조 감축의 경우 아프리카 그룹 등 개도국은 선진국의 농업보조총액(AMS)을 철폐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미국 등 선진국은 국내보조 감축 논의에 앞서 보조 지급의 투명성과 WTO에 대한 통보 의무 개선 논의 등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인도 등이 요구하는 PSH의 항구적 해법 마련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이는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정 당시 AMS를 지출할 여력이 없던 개도국이 AMS를 0으로 통보한 데서 비롯되는 문제다. 이들 개도국은 최소허용보조(De-minimis) 한도인 품목당 생산액의 10%까지만 식량안보용 공공비축을 할 수 있는데,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공공비축을 위한 개도국의 지출이 최소허용보조를 초과하며 농업협정문을 위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개도국은 PSH를 운용하는 경우 높은 가격으로 곡물을 구매해도 이를 AMS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선진국은 PSH가 시장가격지지를 AMS로 정의한 농업협상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의견 절충이 가능한 의제로는 식량안보용 수출제한 금지가 꼽힌다. 대경연 보고서는 “이번 MC13에서 농업은 지금까지 논의를 정리하고 향후 협상 추진 방향을 조금 더 구체화하는 수준의 작업계획을 도출하는 것이 최대 기대치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 계획에 어떤 내용이 어떤 수준으로 포함되는지에 따라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보조는 계획에 담기는 감축 방식이나 폭에 따라 농정 운용이 상당히 제약될 수 있어 우리나라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세계적 식량수입국인 만큼 식량안보 의제도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경연은 “식량구호용에 한정해 수출제한 철폐를 강조하고, 이에 더해 농업 생산에 투입되는 비료와 농약에 대한 수출제한 금지도 논의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PSH는 개도국 이슈로 우리와 직접적 연관성은 없지만, 인도를 지지해 우리가 원하는 다른 것을 얻는 전략적 판단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게 대경연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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