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에 사는 A씨(65)는 수도권으로 이사를 고민 중이다. 괴산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지만 거동이 어려워 장보기조차 벅차서다. 신선식품을 사려면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2시간에 한대꼴로 오니 불편이 크다. A씨는 “걷기 힘들어 전동휠체어를 타려고 해도 도로가 잘 닦인 도시에서나 가능한 얘기”라고 푸념했다.
도시민은 노후에도 살던 곳에 계속 거주할 수 있지만 농촌 주민은 생활·의료 시설 등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사실상 ‘강제 이주’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농촌 고령층의 수요를 중심으로 이동 지원 등 지역별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원래 살던 곳에서 나이 드는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는 고령층이 가장 원하는 노후 거주 형태다. 스스로 선택한 곳에서, 오래 사귄 이웃과 관계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초고령시대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위한 커뮤니티 기반의 통합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 8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펼친 결과 응답자의 85.5%가 기존 거주하던 지역에 계속 살고 싶다고 밝혔다. 조사는 지난해 7∼8월 이뤄졌다.
하지만 농촌 주민들은 이같은 바람과 달리 울며 겨자 먹기로 지역을 옮겨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사회 계속 거주의 실현 가능성이 거주지의 인구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토연 조사에서 건강을 유지한다면 살던 동네에 계속 거주하고 싶다는 응답은 군지역이 88.1%로 대도시(84.8%)·중소도시(84.6%)보다 높았다. 하지만 건강이 악화했을 때 계속 거주 의향은 군지역(34.3%)이 대도시(45.3%)·중소도시(42.0%)보다 가파르게 감소했다.
정소양 국토연 연구위원은 “농촌 주민은 전원생활에 만족도가 높고 가능한 한 기존 거주지에 계속 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건강 악화 시 가족이 있는 지역이나 도심 아파트로 이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령의 농촌 주민들은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위한 과제로 생활·의료 등 인프라 확대를 꼽는다. 국토연에 따르면 군지역 고령층은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위해 일상용품 구매 장소(52.7%), 보건·의료 기관(33.3%)을 확보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같은 농촌의 인프라 부족 해결에 일조할 수 있는 사업이 일본에서 선보여 주목받는다.
군마현 다카사키시는 민간기업과 손잡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고령자 이동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령자가 예약하면 지역 요양시설은 물론 의료기관·공공기관·쇼핑센터 등으로 이동을 돕는 방식이다.
이동서비스 확대의 걸림돌로 인력 부족이 많이 꼽히지만 다카사키시는 해결책을 ICT에서 찾았다. ICT를 활용해 90명이 넘는 이용자 이동 계획·경로를 10분 만에 작성, 효율적으로 차량을 배치한다.
중장기적으로 농촌의 지역별 수요에 집중해 ‘농촌 중점 돌봄서비스’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방자치단체와 돌봄종사자가 지역별 수요 파악, 사업을 기획하고 정부부처와 지자체가 이를 지원하는 상향식 서비스다. 김수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농촌 노인의 수요가 매우 높은 서비스는 기존처럼 여러 세부 서비스 가운데 하나가 아닌 단독 사업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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