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2년이 된다. 러·우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위기와 공급망 교란은 농업·농촌에도 큰 타격을 줬다. 충격파가 컸던 전쟁 첫해와 비교하면 최근 국제 곡물가격은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국제유가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여기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더해진 국제분쟁이 장기화 양상을 띠면서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제분쟁 장기화…농가에도 직격타=2년간 이어진 국제분쟁은 농가 살림살이를 한층 팍팍하게 했다. 유가·곡물가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농가의 유류비·비료비·사료비 부담도 커진 탓이다.
통계청이 내놓은 ‘2023년 농가판매 및 구입가격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계용품 가운데 주택, 수도, 전기·연료에 대한 농가구입가격지수는 2021년 101.6에서 2022년 107.2, 2023년 112.8로 급증세를 보였다. 도시와 달리 등유·액화석유가스(LPG)·전기를 에너지원으로 많이 사용하는 농가의 난방비 부담이 그만큼 증가했단 얘기다. 같은 기간 사료비와 영농자재비지수 역시 러·우 전쟁이 발발한 2022년 껑충 뛴 후 지난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비료비지수는 2021년 107.5에서 2022년 249.6으로 급증했다가 2023년 194.7로 떨어졌지만 러·우 전쟁 발생 전보단 여전히 한참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농광열비지수도 127.1에서 201.7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173.7로 떨어지는 데 그쳤다.
◆국제 곡물가격 안정세…사료값 인하 기대=러시아가 주요 곡물 생산국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널뛰던 국제 곡물가격은 안정세를 찾은 분위기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국제 곡물가격지수는 2022년 5월 173.5포인트로 정점을 찍은 이후 올 1월 120.1포인트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7월만 해도 흑해 항구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식량·비료 운송을 허용하는 ‘흑해 곡물 협정’ 연장을 러시아가 거부하면서 국제 곡물가격 상승 압박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우회 수출 경로 이용과 주요 생산국의 작황 호조 등으로 당분간 국제 곡물가격이 하향 안정화를 보일 것이란 시각이 많아졌다.
사료값 하락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전망 2024’에서 올해 주요 사료용 곡물의 수입 단가가 지난해보다 16%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곡물 가운데 수입량이 가장 많은 사료용 옥수수의 수입 단가는 1t당 253달러로 전년 대비 19.5% 떨어질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사료용 밀의 수입 단가는 1t당 278달러로 전년보다 17.8%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제유가 불안 여전…농가 부담 가중 우려=러·우 전쟁에 이어 중동분쟁까지 발생하면서 에너지 가격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2021년 평균 1배럴당 69.41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2022년 96.41달러, 2023년 82.10달러로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도 1배럴당 8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분쟁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국제유가 흐름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이광우 LG경영연구원 경제정책연구부문 연구위원은 ‘2024년 유가 전망’ 보고서에서 “만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란이 참전을 선언하고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등 석유 공급에 위협을 가할 경우에는 유가가 (1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널뛰기를 반복하는 국제유가는 농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유가 상승이 농업용 면세유와 등유·LPG·전기 등 농가가 주로 사용하는 에너지의 가격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오피넷(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에 따르면 2021년 평균 1ℓ당 798.67원이었던 면세등유 가격은 2022년 1288.39원, 2023년 1207.79원으로 치솟았다. 올해 들어서도 1150원대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농가가 난방에 사용하는 실내등유 가격 역시 2021년 평균 1ℓ당 946.82원에서 2022∼2023년 1400원대로 뛴 후 올해 13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농가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지난해(151억원)에 이어 올해 시설원예농가에 유가연동보조금 70억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농업계에서 요구해온 영세·소농 에너지바우처나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분 지원에 대한 논의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과 정부가 2일 당정협의회에서 농민들을 위해 농촌형 에너지시설을 보급하고 겨울철 난방비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혀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린다. 농촌지역엔 도시가스나 지역난방 보급이 저조한 만큼 비싼 등유·LPG·전기를 이용하는 농가는 에너지 가격이 오를 때마다 부담을 호소해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가의 가정난방 실태를 파악하고, 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에너지바우처·긴급복지지원 등 에너지 관련 정책 등을 살펴본 후 적절한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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