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생종 햇양파 수확을 앞두고 재배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2023년산 양파 저장물량이 전년보다 늘면서 가격 하락 우려가 높아져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산 전국 양파 재고량은 1월말 기준 16만5643t(민간 16만657t, 정부 4986t)으로 전년보다 15.2% 증가했다. 3월 중순부터 제주도와 전남 고흥에서 조생종 양파 출하가 시작되면 시중에 유통물량이 급격하게 늘어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만생종을 출하하는 시점까지 재고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수확기 내내 가격 하락이 이어질 수도 있어 불안감이 커진 것이다.
밭떼기거래도 뚝 끊겼다. 고흥에서는 지난해 이맘때 재배면적의 70∼80%까지 거래가 이뤄졌으나 올해는 4∼5%에 그치고 있다. 무안은 거래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안에서 중만생종 양파 3만9670㎡(1만2000평), 조생종 양파 1320㎡(400평)를 재배하는 유장수씨(70)는 “조생종 출하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저장물량이 많아 초반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 걱정이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
제주 서귀포에서 조생종 양파를 재배하는 김은준씨(57)도 “수확을 늦추면 분구(양파 구가 쪼개지는 현상)가 나타나 상품성이 떨어지니 출하를 미룰 수도 없다”고 말했다.
산지에선 양파 재고물량이 증가한 원인을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에서 찾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신선양파(깐양파 포함) 수입량은 11만4140t으로 전년도 전체 수입량(7만5539t)을 넘어섰다. 2000년대 들어 신선양파 수입량이 10만t을 넘은 것은 2015년과 2017년 등 두번뿐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남도는 13일 정부에 양파 3만t을 매입해 비축하는 등 수급안정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건의했다.
유통현장에선 조생종 양파 가격 하락을 예단하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영권 서울 가락시장 한국청과 경매부장은 “제주산은 3월25일 이후 본격 출하되고, 한파 피해를 본 전남산은 4월10일 이후로 출하가 조금 늦어질 것 같다”면서 “양쪽 출하시기가 겹치지만 않으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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