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가락시장에서 다수의 지게차들이 적재된 농산물 사이 좁은 통로를 분주히 오가고 있다. 농민신문DB
5인 이상 50인 미만 업장 적용
지게차 운반·가공 공정 많은 중도매인·농업법인 등 ‘촉각’
매뉴얼 제작·교육 시행 나서
농민신문 김민지 기자 2024. 2. 15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된 지 3주 가까이 지나면서 농산물 유통현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랴부랴 안전교육 일정을 잡거나 안전관리 매뉴얼 제작에 들어가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 노무 전문가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 예방이 목적인 만큼 직원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시행하는 등 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했다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처벌을 피할 수 있다”면서 “만일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산물 유통현장은 사고 발생 소지가 항시 존재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많은 양의 농산물을 지게차 등으로 운반하는 과정에서 충돌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서다. 포장·가공 등 상품화하는 과정에서도 기계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 우려가 있다.
본지가 서울 가락시장 중도매인, 농업법인, 지역 농·축협 하나로마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분야별로 많게는 6000곳 이상이 법 적용 대상으로 새롭게 편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가락시장의 청과부류 중도매인은 1287명이고, 중도매법인은 1085곳이다. 중도매법인 중 상시 근로자가 5인 이상인 곳은 44%(478곳)에 달했다. 중도매법인 근로자는 많아야 10명 안팎이므로 478곳 모두가 법 적용 대상에 신규 포함됐다.
농업법인은 더 심각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3월 내놓은 ‘2021년 기준 농업법인조사’에 따르면 2021년말 기준 국내 전체 농업법인은 2만5605곳이다. 이 가운데 근로자가 ‘5인 이상 50인 미만’인 법인은 26%(6731곳)였다. 지난해 1월27일 시행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은 50인 이상 농업법인이 0.7%(171곳)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규모다.
소규모 농촌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가공시설도 법 적용 대상이 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이 아닌 기업 단위로 적용된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전국 농·축협은 1111곳이다. 이 중 인원이 50인 미만인 곳은 43%(476곳)에 이른다.
이들이 현장에서 대응하는 수준은 어떤 정도일까. 정인실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장은 “생각보다 많은 중도매법인이 법 적용을 처음으로 받게 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시행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공사 건설안전본부 관계자는 “중도매법인 근로자가 물류장비, 특히 지게차에 치여 다치는 사고가 가락시장만 해도 한달에 한두건은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망사고나 한번에 2명 이상 사상자가 나오는 사례는 드물긴 하지만 언제든 중대산업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만간 중도매인조합을 통해 안전관리 매뉴얼을 배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용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장은 “소규모 법인은 개별적으로 법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 단체 차원에서 노무사 등 전문가 컨설팅을 통해 농업법인에 맞는 매뉴얼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인식 강원 정선 여량농협 팀장은 “하나로마트 근로자 9명을 포함해 농협 전체 직원이 34명”이라면서 “가공시설도 운영 중인 만큼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고 직원 대상 안전교육을 시행하는 등 대형 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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