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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산지 여건은 뒷전…‘강서시장 수박 파렛트 출하 의무화’ 속전속결 원안통과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02-15 조회 1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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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서농산물도매시장 경매장 한켠에 파렛트(팰릿) 위에 놓여진 다단식 목재상자(우든칼라) 안에 수박이 적재돼 있는 모습.



            시장관리운영위 회의록 입수


            강서시장 수박 파렛트 의무화 추진 논란

           ㆍ수박 파렛트 의무화 추진...유통 종사자 "시기상조" 들썩
           ㆍ서울시공사 파렛트 거래 시행시기 앞당겨 ''시끌''
           ㆍ"산지 부담 가중...시장 반입량 감소할 것" 우려 고조
           ㆍ[기자수첩]수박 파렛트 추진, 누구를 위한 것인가
           ㆍ수박 파렛트 의무화 내년 1월부터 재추진 논란
           ㆍ[시장운영위 회의록 입수] 산지 여건 뒷전, 속전속결 원안통과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4. 2. 14


 올해부터 서울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서 수박 파렛트 출하·거래를 의무화한 조치에 대해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해당 사안이 논의된 시장관리운영위원회 회의에서도 산지 여건 미흡 등으로 유예가 필요하다는 유통인들의 입장이 제기됐지만, 최종 결정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출하자(농업인) 및 유통 종사자에 미칠 영향이 큰 사안인데도 시장관리운영위원회가 정작 당사자들과 세부 조율 또는 접점을 찾기보다는 추진 당위성에만 기댄 채 ‘졸속’ 결정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농어민신문은 지난달 서울시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로부터 ‘2023년도 제1차 강서시장 시장관리운영위원회 회의록’을 입수했다. 2023년 8월 23일 공사 강서지사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 회의에서는 심의 안건으로 ‘강서시장 수박 산지 선별 및 파렛트 출하 추진’이 논의됐다. 공사는 해당 회의를 통해 수박 파렛트 출하·거래 의무화 조치가 결정(△2024년부터 5톤 출하차량 대상 △2025년부터 3.5톤 이하)됐으며, 이에 따른 후속 조치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 심의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추진되는 것’이라는 얘기다. 
 


   # 물류비 오르고 압력 의한 상처 우려…유통인 ‘시기상조’ 입장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회의에 대표자로 참석한 도매시장법인, 시장도매인 등 유통인들의 입장은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의무화 시행의 방향성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산지 여건 미흡과 소비자 가격 상승(비용 전가) 등 ‘시기상조’ 우려를 피력, 당장 시행보다는 추진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도매인 A대표자는 “추진 방향은 좋지만 적재효율이 떨어져 물류비 인상 및 압상 손실 등으로 인해 소비자 가격 상승(비용 전가)이 우려되므로 추진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했다.

도매시장법인 B대표자도 “추진 방향성에는 충분히 공감하나 지방도매시장은 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여건이다. 하역근로자 입장은 이해하지만, 산지 여건을 감안해 시행시기를 1~2년 늦춰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시장도매인 A대표자 역시 “1~2년 이후에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 시장 외부전문가, 당위성만 강조…졸속으로 시행 결정 ‘시끌’

하지만 이런 의견이 제기됐음에도, 회의에서는 세부 조율이나 접점을 찾으려는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오히려 ‘앞으로 4개월 뒤인 2024년 1월부터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확정’ 결정이 났다. 논의 구조 역시 상생을 추구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대신 물류 효율화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하는 시장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되는 양상이었다.

회의에서 산지 여건을 적극 대변하는 위치에 있는 이들은 참석자 10여명 중 시장도매인 1명, 도매시장법인 1명 등 극히 일부에 불과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산지 목소리가 활발히 반영되지 못하는 시장관리운영위 구성에 대한 구조적 한계도 지적이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다.

시장 내부 유통종사자 외에 교수, 민간연구소, 공사 직원 출신 등 유통전문가로 위촉된 시장관리운영위원들은 물류 효율화의 당위성을 일제히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서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유통인들이 안일한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압박했다. 

특히 회의를 주재한 김완배 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강서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시행시기를 앞당겨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제도를 개선해 대기 후 배송까지의 복잡한 거래단계와 시간을 단축해 나가야 한다”, “너무 안일하게 접근해서는 안 되며 2024~2025년에 걸친 단계별 시행이 아니라 가락시장처럼 전면 시행, 즉 물류 혁신에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 등이 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 또는 후폭풍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데,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아니라 되레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다른 위원인 C교수는 “파렛트 출하 시행으로 인해 강서시장에 중저가 물건이 들어오지 않는 것을 너무 염려해서는 안 되며 도매시장법인뿐만 아니라 시장도매인에서도 분산 능력이 있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영입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공사 직원 출신의 D위원은 “도매시장법인에서는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라고 따지는데, 산지는 도매시장의 변화에 순응해야 한다”고 도매시장 중심의 사고방식을 내세웠다. 이어 이니세 공사 강서지사장의 설명과 김완배 위원장의 정리 발언 이후 심의 의결이 이뤄졌는데, 회의록에는 “추가 의견이나 이의가 없어 원안대로 통과되었다”고 적혀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는 “유통인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보다는 ‘결론이 정해졌으니 따라와라’라는 식으로 ‘거수기’ 역할을 강요받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미 제기됐던 우려와 이에 따른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였다”면서 “시장관리운영위원회가 내부 우려와 반대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조율을 하지 않고 외부 전문가들을 앞세워 공사 방침을 원안대로 졸속 결정하는 것을 볼 때, 과연 누구를 위한 시장관리운영위원회인가 싶은 생각이다. 회의 참석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회의록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깜깜이’ 방식도 문제”라면서 “공사가 별도 정리해 공지하는 회의 결과가 아니라 누구라도 회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회의록 전체를 공개해야 중요 사안에 대한 시장관리운영위의 논의 및 결정이 공신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도매법인·중도매인 반발도 여전…공동 대응도 고려

한편 올해 1월 수박 파렛트 의무화 조치 명령 이후에도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 중도매인들의 반발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중도매인들은 지난달 공사에 전달한 성명서를 통해 “강서시장은 가격경쟁력 면에서 가락이나 구리보다 약해 파렛트화한 상품을 받기 어려운 상황으로 강서시장의 반입량 자체가 감소해 중도매인의 영업을 저해할 것이 염려되고,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출하처에 파렛트 출하를 강제한다면 상품 선별 불량 등으로 품질의 신뢰가 상당히 떨어지는 상품을 취급하게 돼 중도매인의 영업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전국 3대 시장인 가락, 강서, 구리시장 중에 이미 가락과 구리는 수박 파렛트 출하 의무를 시행하고 있어 출하자가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엄청난 추가적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출하자들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강서시장이 하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막는다면 출하자의 피해가 막대할 수밖에 없다”면서 “산지 출하자가 파렛트 출하를 할 수 있는 조건이 성숙되면, 자연스럽게 파렛트화가 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파렛트화를 강제하지 말고 산지 파렛트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시장도매인 쪽 역시 수박 파렛트 의무화 추진 명령 조치에 대해 우려 및 반대의 입장을 공사에 전달했다. 시장도매인 한 관계자는 “수박 파렛트 거래를 의무화할 경우 산지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유통단계 역시 기존보다 더 늘어나게 돼 비용이 추가된다는 점도 문제다. 성출하기에는 파렛트를 구하기도 어렵고 파렛트 이용 시 적재량도 떨어져 물류 효율이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도매법인 관계자는 “공사에서 1월 조치 명령 이후 출하지원금, 홍보계획 등에 대한 의견을 2월 16일까지 제출해 달라는 요청이 온 상황”이라면서 “필요하다면 법인뿐만 아니라 중도매인, 시장도매인과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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