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창용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제주도지부 회장이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에 있는 한 양파밭에서 도매시장 ‘줄잡이’ 출하 금지 조치에 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제주 조생양파 농가, 줄잡이 도매시장 반입 금지 반대
적재량 감소로 비용증가 예상
품종 특성상 품질저하 위험도
“두 방식 허용후 효율성 따져야”
농민신문 심재웅 기자 2024. 2. 6
농림축산식품부가 올초 시행한 이른바 ‘줄잡이 양파’ 도매시장 반입 금지 조치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제주 조생양파 농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당장 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울뿐더러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농식품부가 줄잡이 양파 출하를 금지하며 내세운 이유는 유통비 절감과 효율성 강화다. 전문 인력이 양파를 일일이 망에 줄 세우듯 가지런히 담는 줄잡이는 기계 포장보다 효율이 낮고 유통비가 높다는 것.
줄잡이 양파는 1월1일부터 서울 가락시장 반입이 금지됐으며, 연말까지 전국 모든 지방도매시장에서 반입 금지될 계획이다.
하지만 3월 중순 조생양파 출하를 앞둔 제주지역에선 반대 목소리가 높다. 수확이 임박한 가운데 갑자기 바뀐 정책에 대응할 시간이 부족하고, 물류비와 같은 유통비 부담을 되레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생양파는 수분이 많아 줄잡이를 하지 않으면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창용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제주도지부회장은 “이미 줄잡이 인력과 농자재 준비를 마친 농가가 많은데, 이를 무르고 새로 마련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줄잡이와 일반 작업 비용 간 큰 차이가 없어 인건비 절감을 통한 유통비 감소 효과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줄잡이 하지 않은 양파를 출하하는 데 줄잡이보다 물류비가 더 든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줄잡이 양파는 망에 빼곡히 들어가 단단히 결속되고 크기도 일정하지만, 줄잡이하지 않은 망은 상대적으로 부피가 크고 느슨해 팰릿 적재량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우진 서귀포 대정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과장은 “줄잡이 양파는 한팰릿당 15㎏들이 75개 망포장품을 적재할 수 있는데 마구 담은 양파망은 50개밖에 싣지 못한다”며 “단순 계산해도 물류비가 50% 오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뿐만 아니라 조생양파는 구가 무르고 껍질이 얇아 유통과정에서 충격을 받으면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 줄잡이 방식이 양파간 접촉면을 줄이고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품질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양파를 줄잡이로 담지 않으면 이동 중 충격에 노출돼 부패할 수 있다”며 “이는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줄잡이 중단 조치로 거두는 유통비 절감 효과는 미미한 데 비해 현장 혼선은 물론 시세 하락까지 초래할 우려가 높은 만큼 농식품부가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 제주지역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산지 특성상 제도를 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므로 유예 기간을 두고 어느 쪽이 농민과 소비자에게 더 이로운지 판단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경면 고산리에서 5만6198㎡(1만7000평) 규모로 양파를 재배하는 고정종씨(62)는 “현장에서도 적응 기간이 필요하니 일단 두 방식을 모두 허용해주길 바란다”면서 “이후 농식품부 정책이 옳다고 판단되면 줄잡이 출하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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