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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농가경영 안전망 확충] “다층적 지원 프로그램 제시하고, 농가에 선택권 줘야”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02-05 조회 1141
첨부파일 20240202500552.jpg



           농가경영 안전망 확충, 과제는 

           이상기후 등 위험변수 급증 

           소득 불확실성 커지는 추세 

           지원법 두고선 여야 ‘평행선’ 

           현 제도만으론 대응 역부족 

           농가 수입보장 보험제도 등 

           美·日 다양한 보전대책 제공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4. 2. 5


 30년째 1000만원대를 넘지 못했던 농업소득이 요동치며 농민들이 소득 불확실성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하루빨리 ‘농업경영 안전망’을 확충해 농업의 지속성과 먹거리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물살을 타고 있다.

 

◆낮은데 불확실성까지…설상가상 농업소득
농업소득에 불확실성이라는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농가경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최근 5년간 농업소득의 전년 대비 증감률은 -26.8∼28.6%로 변동폭이 크다. 박미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농업전망 2024’에서 “기후위기 등 예측 불가능한 이슈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농업소득 변동성이 과거에 비해 확대되고 있다”며 “농가 입장에선 사실 언제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농업소득을 출렁이게 하는 요인으로 ▲기상이변과 병해충으로 인한 농산물 생산량 변동 ▲수급불안에 따른 가격 등락 ▲대외 여건 변화로 인한 유가·원자재값 변동 등을 꼽았다.

문제는 이런 농업소득이 앞으로 더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공급망 불안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농업생산비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어서다. 농경연에 따르면 이 경우 농가소득은 최대 2.81% 더 하락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불확실성이 심화하면 자칫 먹거리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태후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농가의 위험관리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재해가 누적되면 농민의 이탈, 농축산물 공급 감소, 이에 따른 가격 변동성 심화로 일반 소비자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경영안전망 구축 현황과 현안은
전문가들은 현재 운영하는 농업경영 안정프로그램만으로 다가올 위험에 대처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농업경영 안정프로그램은 ▲보험 ▲직불 ▲재해지원 ▲수급관리 크게 네가지다. 직불제는 농가소득을 지지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농업 소득·수입의 변동성을 완화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해지원·수급관리 대책도 정책의 품목 지원 등이 제한적이어서 수확량 감소, 수입 손실을 보전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농작물재해보험, 농업수입보장보험은 생산량·수입을 보전하는 역할을 하지만 현재는 품목·지역이 제한돼 있다.

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야당이 농가경영 안정 방안으로 제시한 카드다. 가격이 일정 기준 아래로 하락하면 차액 일부를 정부가 보전하는 것이 골자다. 농산물 가격 급등락에 따른 농가의 경영 문제를 해소하고 식량 공급을 안정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주된 이유로는 과잉생산, 막대한 재정 소요가 꼽힌다. 1일 농경연이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안병일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농산물 가격은 극심하게 변동하는 품목이기 때문에 어느 비즈니스보다 위험이 큰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발의된 법안은 과잉생산을 야기하고 이에 따라 오히려 가격이 내려가는 등 부작용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수입보장보험을 확대해 농가경영 안전망을 공고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보험은 농작물 수확량이나 가격이 하락하면 수입 감소분을 보상하는 상품이다. 현재 일부 지역·품목에만 시범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기존 7개 품목에서 올해 10개 품목으로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입보장보험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수입보장보험은 보상기준이 되는 수입을 생산량과 가격에 기반해 측정한다. 특히 ‘생산량’은 현장에서 전수조사로 파악하다보니 막대한 시간·비용이 들어 확대 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농업 관계자는 “특히 벼 같은 경우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가가 본인의 수확량을 신고하고 이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중장기적인 개편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과제는
농가의 경영안전망을 촘촘히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황성혁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다층적인 경영 안정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농가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를 미국과 일본에서 엿볼 수 있다. 미국은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일부 보전하는 가격손실보상제도(PLC)와 수입 감소 시 하락분의 일부를 보전하는 농업위험보상제도(ARC)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도 복식부기로 소득을 신고한 농민에게 일정 비율의 수입을 보장하는 농업경영수입보험을 운영한다. 자연재해에 의한 수확량 감소를 보장하는 보험제도도 마련돼 있다. 박 부연구위원은 “두 나라 모두 다양한 경영 안정 수단을 제공하면서 농가가 스스로 그 정책을 선택하고 조합해서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발전해왔다”고 설명했다.

쌀 수급조절과 관련한 일본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이토 쇼이치 규슈대학교 명예교수에 따르면 일본은 쌀 생산을 억제하고자 가공용 쌀, 콩, 밀, 보리 등 경쟁력 있는 작물에 대한 소득 지원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더불어 수출용 쌀 생산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이런 기조에 힘입어 일본의 쌀 수출은 2022년 기준 3만t을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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