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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순천시 승주읍에 있는 순천연합조합공동사업법인에서 작업자들이 설 대목을 앞두고 배를 포장하고 있다.
연장근로 위반 ‘주 단위로’ 판단
노동시간 탄력적 운영 가능해져
농번기 근무시간 유연성 더 필요
APC 등 농업시설 예외규정 둬야
농민신문 이문수, 장재혁, 유건연, 심재웅, 이현진,황송민 기자 2024. 1. 28
고용노동부가 최근 연장근로시간 한도에 대한 행정해석을 1일 단위에서 1주 단위로 바꿨다. 기존에는 초과 근무를 계산할 때 하루 단위로 했던 것을 기준을 완화해 주간 단위로 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이 지난해 12월 ‘연장근로 한도를 넘어섰는지 따질 때 주간 단위로 하라’는 취지로 판결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농업을 포함한 산업계 전반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농산물 수확기처럼 특정 기간 노동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되는 특성이 있는 농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만큼 법 적용 기준을 더욱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주 52시간 제도 위반 따질 때 ‘하루＇ 아닌 ‘주간’으로=가령 A씨가 매주 3일 출근해 하루 15시간씩 일했다면 기존엔 위반이다. 법정근로시간인 하루 8시간보다 7시간을 초과 근무했고, 3일을 지속했으니 연장근로시간은 21시간이다. 주간 연장근로시간 한도가 12시간인데 이를 9시간이나 초과한 셈이다.
하지만 바뀐 해석대로라면 A씨의 근무 형태는 위반이 아니다. 주간 단위로 따지면 총 45시간을 근무해, 법정근로시간 40시간(8시간×5일)보다 5시간만 더 일한 것으로 간주돼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넘지 않게 된다.
고용노동부가 지금까지는 연장근로시간 위반을 따질 때 ‘일 단위’와 ‘주 단위’ 두가지 잣대를 모두 적용했는데 앞으로는 주 단위로만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놓고 노동계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논평에서 “이번 판결 이후 법을 악용해 압축노동의 폐해가 생길 수 있다”면서 “노동시간이 점차 줄고 있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사용자 측은 긍정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제조업 등에서는 노동력을 탄력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면서 “연장근로는 상호간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므로 일부에서 우려하는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 등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농업계는 안도…기준 더욱 완화해야=농번기와 농한기가 뚜렷한 농업계에서는 이번 행정해석 변경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권영규 경북 의성중부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과장은 “농산물 특성상 성출하기엔 하루 12시간을 일해도 모자랄 판”이라면서 “주 52시간 제도의 연장근로시간을 융통성 있게 해석할 수 있게 돼 사업장을 운영하는 데 숨통이 틔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상복 충북원예농협 거점APC 소장도 “일이 몰리는 시기에 함께 일하고 나머지 기간엔 쉴 수 있어 좀더 유연하게 인력을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 적용 기준이 다소 완화됐음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APC나 미곡종합처리장(RPC) 등은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김승범 강원 철원 김화농협 팀장은 “현행 주 52시간 제도에 맞춰 APC를 운영하려면 인력을 두배로 늘려야 하는데 지금 농촌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면서 “이 정도 기준 완화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농민들이 애써 농사지은 농작물을 제때 유통해 제값에 팔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추가 근로가 불가피한 만큼, 이참에 농업계의 현실을 감안한 대안을 마련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도순 순천연합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지역특산품인 매실의 경우 수확 후 보관기간이 4～5일로 짧아 APC에 들어오면 하루 안에 선별·포장해서 출하해야 한다”며 “성출하기엔 하루 80t 정도가 집중 출하되는데 사람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근무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용경 광주전남농협통합RPC협의회장도 “육묘·수확 시기엔 일손을 구하기 쉽지 않고, 추곡 매입 때는 건조기·도정기 같은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숙련자의 근로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일용직 근로자들도 농번기에 집중적으로 일해 높은 소득을 올리기 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수확기 같은 특정 시기에는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PC와 같은 농업시설은 예외 규정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감귤 성출하기엔 주 52시간만으로는 턱없는데 이 정도의 행정해석 변경으로는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김태범 농협경제지주 제주본부 감귤지원단장은 “‘근로기준법’에 가로막혀 원활하게 농산물을 유통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농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실제 ‘근로기준법’ 제63조에 따르면 농업 종사자는 법이 정한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명시된 만큼 APC나 RPC 같은 농산물을 유통하는 관련 시설들에 대해서도 예외 규정을 둬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문수, 순천·장흥=장재혁, 의성=유건연, 제주=심재웅, 홍천=이현진, 충주=황송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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