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차등 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인구가 적은 농촌지역은 높은 배전비용 때문에 전기료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월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할 수 있는 근거가 담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법)’ 시행을 앞두고 최근 관련 내용이 포함된 전기요금 산정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한 ‘분산법’에 따르면 전기판매사업자는 송전·배전 비용 등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할 수 있다. 송전은 발전소에서 생산한 고압전기를 변전소·송전탑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이고 배전은 송전탑에서 고압전기를 변압해 소비자에게 보내는 과정을 말한다.
‘분산법’ 제정 배경에는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가 달라 불균형하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경기 지역의 전력 소비량은 전체 전력 소비량의 30%에 이르지만, 전력 대부분을 타 지역에서 받아 쓰는 실정이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2023년 서울·경기 전력자급률은 각각 8.9%·61.0%에 불과하다. 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의 전력자급률은 100%를 가뿐히 넘긴다. ▲부산 216.7% ▲충남 214.5% ▲강원 195.5% ▲전남 171.3% 등이다.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가 다르면 막대한 송전비용이 발생한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소비지로 운송하기 위해 송전선로와 고압 송전탑을 설치해야 한다. 쉽게 말해 발전소 인근 지역은 상대적으로 송전비가 적게 들고 거리가 먼 서울은 많이 든다. 반면 전기요금은 같다.
‘분산법’이 시행되면 전력 소비량이 많은 수도권의 전기요금은 오르고 전력을 대량 생산하는 지방의 전기요금은 낮아지는 등 형평성문제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많다. 하지만 되레 농촌지역은 애먼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역별 배전비용은 인구밀도가 낮을수록 높아진다. 농촌지역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차등 요금제가 안착할 경우 배전비용이 장기적으로 농촌지역 전기료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김남일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배전비용을 따지면 900만명이 거주하는 서울의 전기요금은 내려가고 인구가 적은 농촌은 되레 오르는 이상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차등 요금제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갈 길은 멀다. 전기요금 원가를 계산하기가 매우 복잡하다. 산업용·주택용 전기요금에 관한 관계자 입장도 첨예하다. 한전이 전기를 독점적으로 거래하는 우리나라 현실과 차등 요금제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분산법’이 제정됐다고 바로 차등 요금제를 도입하기는 어렵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업계·학계 등 여러 분야의 의견을 수렴해 요금제를 세심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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