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설 명절을 앞두고 물가를 잡겠다며 외국산 과일 수입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정작 유통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명절 선물세트용으로 외국산 과일 선호가 높지 않은 데다, 수입 대상국 현지 작황도 좋지 않아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이 적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다.
정부는 1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설 민생안정대책’을 내놨다. 바나나 15만t, 파인애플 4만t, 망고 1만4000t, 자몽 8000t, 아보카도 1000t, 오렌지 5000t 등 신선과일 6종을 포함해 과일류 30만t에 대해 할당관세를 19일부터 시행하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냉동·가공품을 포함한 외국산 과일류가 상반기 중 0∼10% 낮은 관세로 국내로 들어오게 된다.
앞서 정부는 4일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유사한 내용을 밝힌 바 있다. 과일 가격 안정을 위해 역대 최고 수준인 21종 과일에 대해 관세를 면제하거나 대폭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관세 지원에 투입하는 예산은 1331억원이다.
그러나 정작 유통업계는 회의적이다. 대책이 수입 과일 소비 트렌드와 동떨어져 있고 국산 과일 수급불안도 잡지 못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가락시장 표현찬 서울청과 부장은 “예전엔 오렌지를 설 선물세트로 상품화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수입 과일을 거의 안 넣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 대형마트의 올해 사전예약 선물세트 카탈로그를 확인한 결과 과일 선물세트 34종 중 수입 과일이 포함된 세트는 ‘샤인머스캣·애플망고·한라봉 세트’ 등 5종에 그쳤다.
선물세트 수요가 사실상 설 2주 전에 최고치를 찍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책을 너무 늦게 내놨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형 유통업체 상품기획자(MD)는 “(설 민생안정대책에 따라) 즉시 통관한다고 해도 수입 과일이 매장에 깔리기까지는 비교적 시간이 걸려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일부 과일은 수입 대상국 현지 작황이 나쁘다고 전해졌다. 표 부장은 “애플망고 주산지인 페루만 해도 지난해 엘니뇨 영향으로 작황이 좋지 않다”면서 “애초에 들어올 물량 자체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국내 유통되는 애플망고 가격이 기대만큼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수입 과일 여파는 설 이후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박대도 중앙청과 부장은 “할당관세로 가격이 더 내려가면 상황이 달라질 순 있지만 이미 태국산 망고 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어 (정부 대책이) 설 이후 국산 과일시장에 미치는 여파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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