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외 ‘제2의 주소’ 등록
지방세 일부 배분방식 등 거론
해당주민 양쪽 정책 지원 수혜
농촌 세입확충·경제활력 기대
정부·지자체 도입 움직임 눈길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4. 1. 18
총인구 감소 속에서 지방소멸도 가속화하고 있다. 인구감소 추세를 단기간에 반전시키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지역 활력화 대안으로 주민등록상 주소 이외에 제2의 주소를 두게 하는 방안이 학계와 정부의 관심을 모은다.
강원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정책톡톡’ 보고서에서 복수주소제 효과를 검토하며 ‘강원지역에서 2개 주소지 도입을 추진하자’는 주장을 폈다.
복수주소제는 주민등록상 주소 이외에 자신의 고향, 은퇴 후 살고 싶은 지역, 직장문제로 실생활을 하는 지역 등을 제2의 주소로 등록할 수 있게 하자는 개념이다. 국내에선 아직 법제화하진 않았지만 연구자 사이에선 복수의 주소를 가진 주민이 낸 지방세 일부가 2개 주소지에 분배되고 해당 주민은 양쪽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정책 지원을 받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강원연구원은 이같은 복수주소제의 효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우선 꼽았다. 농촌 등 인구감소지역 입장에선 복수주소제를 통해 주민세 등 세입을 확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내 소비 활성화도 기대되는 요인이다. 정영호 강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복수주소제가 도입되면 사람들이 새로운 거주지를 중심으로 생활 활동 반경을 확대할 것”이라며 “이는 지역 내 소비 등 경제활동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복수주소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인구의 양적 확대가 어려운 현실에서 인구의 ‘이동성’을 반영해 지방 균형화를 꾀하는 현실적 대안이란 점에서다. 염지선 한국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저출생으로 인구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정주인구에 더해 생활·교류·관계 인구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며 “복수의 주소를 허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주민세·재산세 등을 재배분하는 복수주소제 도입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수주소제는 ‘지방시대’를 강조하는 정부에서도 주목하는 정책 과제다. 국무총리실 규제혁신추진단은 이미 지난해 5월 인구감소지역의 유연거주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연구에는 법령·제도 분석을 토대로 복수주소제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는 내용이 주요하게 담겼다. 규제혁신추진단은 이를 토대로 인구감소지역에서 복수주소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혁신추진단 관계자는 “용역 결과를 받아 행정안전부와 연구 결과를 공유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복수주소제에 정부가 현재 시행하는 생활인구 확대 정책,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를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예컨대 일정 지역에서 5도2촌을 즐기는 생활인구는 제도가 마련될 경우 복수주소 등록을 희망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홍근석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이 고향기부금을 납부하는 지역에 가주소를 등록하면 지자체가 명예 주민증을 발급해 지역주민과 유사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식의 접근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독일은 복수주소제 도입으로 지방의 세입, 체류인구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독일의 도시 뮌스터는 복수주소제 도입 전 인구가 27만9803명이었지만, 도입 후 29만3393명으로 4.86%(1만3590명) 증가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독일의 경우 복수주소제가 소도시 또는 대학도시 등 특성을 가진 지역에서 세수 확보나 주된 거주지를 이전하는 유도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지자체에서도 복수주소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해 3월 ‘제17회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회의’에서 지방소멸 위기 대응을 위해 복수주소제 도입에 힘쓰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채택했다.
하지만 복수주소제가 도입되려면 법 개정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현행 ‘주민등록법’은 국민이 하나의 주소만 등록할 수 있는 단수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 연구위원은 “‘주민등록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있지만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새로운 조항을 추가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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