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농식품 업계에선 대목으로 꼽히는 시기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정부가 연초부터 민생안정대책으로 농축산물 수입 확대 정책을 내놓아서다.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수입 농축산물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공급을 늘려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 정책이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2일 제8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겨울철 농축산물 가격을 중점 점검했다. 기재부는 폭설·한파 영향으로 일부 채소류 가격 변동이 커졌다고 지적하면서 경제정책방향에서 예고한 대로 신선대파 관세를 철폐하고 1월 중순부터 3000t을 신속히 도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물가 정보에 따르면 국산 대파 가격은 한파 종료와 출하지 확대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 신선대파가 대거 들어오면 농가의 피해는 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수입 과일에 대한 할당관세도 즉시 실시된다. 14일 국회에서 진행된 고위 당정협의회는 6월30일까지 바나나·파인애플·오렌지·키위 등 과일류 21개 품목 30만t에 관세를 면제하거나 5∼10%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대표 설 성수품인 달걀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미 6월30일까지 관세를 없애기로 했는데, 여기에 더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대비해 수입한 신선란 112만개를 시중에 풀고 할인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다. 할인을 시작한 11일 대형마트에서 수입 신선란 30구가 4990원에 판매됐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14일 기준 1일 달걀 생산량은 약 4600만개다. 공급 여력이 충분한데도 이미 산란계 267만마리를 살처분하며 고통을 겪는 양계농가에 짐을 얹어준 셈이다.
2월 들어서는 밀가루 가격 안정을 위해 제분업체들에 밀 수입 비용 4500억원을 융자방식으로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