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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면제·인하 기조 속, 관세 낮은 수입금지 품목 손댈 듯
수입하면 사과농가 절반 사라진다…농업GDP 6천800억 손실 예상
농업인신문 유영선 기자 2024. 1. 12
정부가 사과값 안정 대책을 이유로 ‘사과 수입 검토’ 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단 한 번도 수입을 허용하지 않은 ‘최후 보루’ 농산물 품목인 사과 시장이 무너지게 되면, 과일시장 초토화는 물론 농민·농촌의 집단 동시파산이 분명해진다. 마지막까지 지킨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정부는 바나나·망고·대파 등 외국 농산물에 저가 할당관세(TRQ)를 매겨 이를 국내 시장에 방출하는, 장바구니 물가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와중에 그간 수입금지 품목으로 분류하던 사과에 대해서도 속도감있는 해결책으로 수입금지 해제를 논의 선상에 올려놓고 있다는 전언이다. 과학적 접근법으로 30년간 사과 수출국들의 개방압력을 막아오던 정부가 대국민‘변절’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 농식품부는, 같은날 ‘사과 수입 방안 검토’ 내용의 언론보도에 대해 설명자료를 내고, “외국산 농산물 수입위험분석 절차와 SPS(위생·식물위생조치) 제도는 외래병해충의 국내 유입으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라며,“이같은 절차 이외에 다른 요인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고 해명했다.
미국·뉴질랜드와 사과 수입에 대해 ‘검역협의 진행중’ 이라는 언론보도를 전면 부인한 것이다. 농식품부 검역정책과 담당자 또한 “수입금지에 따른 SPS 규정에 맞춰 통관 절차를 진행 중” 이라며 ‘사과 수입 검토’ 보도를 재차 부정했다.
하지만, 언론보도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지 않고, ‘과학적 근거에 따라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는 원론적 수준의 내용으로만 설명자료를 낸 것이 의아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정부의 설명자료를 통해 농업계의 불안만 증폭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사과 수출국별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신청·접수해 위험평가를 시작한 시기를 보면, 뉴질랜드 1991년, 일본 1992년, 미국 1993년, 독일 2016년 등이다. 농산물 보호를 위한 공공연한 비관세장벽 상징이었다.
주요 수출국들에 대해서 30년 전부터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시작해 아직도 진행 중인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설명자료만 놓고 보면, 이들에 대해 일시 위험분석 잘차를 마무리하고 수입허용에 나설 수도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에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8단계인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통해, 그나마 국내 농업 일부를 명분있게 보호할 수 있었다” 면서 “물가안정을 이유로 행정의 한 방편처럼 쉽게 수입규제를 풀수도 있다고 모호한 뜻으로 설명하면, 이후 벌어지는 농업의 몰락은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기자에게 따져 되물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논 ‘사과 SPS 수입금지 조치 해제의 경제적 효과 실증분석’ (2016)에 따르면 사과 수입허용에 따른 국내 사과농가 생산감소액은 연평균 4천80억원 수준이고, 농업 GDP 피해액은 5천980억원 정도로 예측됐다.
이를 올해 ‘돈 가치’ 로 적용하면 한해 사과 생산액 1조1천억원 규모중 피해액 5천300억원으로 절반의 사과농가가 파산하는 셈이다.
정부의 수입산 방출을 통한 농산물 가격정책은, 이미 새해초 기획재정부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예고됐다는 진단이다.
기재부는 지난 4일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제목으로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농산물 수급안정대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관세 면제·인하 대책을 발표했다.
바나나·파인애플·망고·자몽·아보카도·오렌지 등 신선과일, 딸기·기타과일 등의 냉동, 사과농축액·과일퓨레·토마토페이스트 등 과일가공품, 모두 21종 30만톤을 상반기중 저가면세를 매겨 도입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대파·건고추·양파·닭고기·계란가공품·계란 등 채소·축산물 6만여톤도 TRQ를 적용해 반입한다고 밝혔다.
이같이 농산물 수입정책을 연초 국정 경제정책 앞자리에 내세운 것은 이례적이란 지적이다. 그만큼 물가안정 기조를 강조하는 정부의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수입산 농산물로 이미 초토화된 농촌·농민의 ‘생존권 유린’에 대한 책임 추궁도 빗발치고 있다.
한농연은 5일 성명을 내고 “소비자물가지수 농축산물 가중치 비율은 모두 합쳐 6.4% 수준으로 미미한데도, 정부의 물가 정책은 농축산물 가격잡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특히 수입에 의존한 단기 농축산물 수급정책은 국내 농업기반 붕괴를 초래한다. 농업계 목소리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고 호소했다.
한 통상외교 전문가는 “사과의 가격상승이 공급량 감소에 의한 것이라면, 향후 이러한 감소가 지속될 것인지 분석도 필요하다” 면서 “가격변동에 대한 분석이 선행된 뒤, 여러 안정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고 말했다.
또 다른 농업계 학자는 “언론보도에 대한 정부의 설명자료가 자칫 더욱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농업계에 보다 적극적이고 자세한 추가 해명을 내놔야 한다” 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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