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농촌에서 수확할 인력도 부족해서 애를 태우고 있는 실정인데‘수박 파렛트 출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에 불과합니다. 작금의 농촌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면 이런 정책은 나와서는 안된는 것입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이하 공사)가 올해부터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 반입되는 수박의 출하방식을 파렛트 단위로 의무화하면서 논란이 거세다. 농촌의 현실을 외면한‘엉터리 정책’이라는 것이다.
특히 공사는 지난해 4월 파렛트 출하를 시도하다 거센 반발을 사고 한발 물러났지만 지난해 연말‘물류 효율화’라는 명분으로 파렛트 출하 카드를 재차 꺼냈다. 수박 파렛트 출하는 시장 종사자는 물론이고 산지 농업인들도 불가능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현실에서 공사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누굴 위한 출하방식이냐’ 며 반발이 만만치 않다.
산지에서는 이미 초고령화에 진입한 농업·농촌에서 당장 수확하기도 벅찬 현실을 외면하고 파렛트 출하를 운운하는 것은 농업인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전북 정읍의 한 수박농가는 “외국인 노동자도 구하기 힘든 농촌에서 수확한 수박을 한가하게 파렛트에 적재하라는 것은 도매시장에 출하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면서“산지 여건은 아랑곳없이 도매시장 입장만 앞세운다면 가뜩이나 힘든 농업인들은 고통이 가중될 수밖에 없고 더 큰 마찰을 빚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시장 종사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지난해 강서시장 도매시장법인이 수박 출하자 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74%에 달하는 출하자들이 강서시장 수박 파렛트 출하에 대해 ‘불필요하고 대응이 불가능하다’ 고 답했다.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수박 파렛트 출하가 강행될 경우 강서시장 물량이 다른 도매시장으로 이탈되는 현상이 초래돼 반입량 및 거래실적 감소 등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 이라며 “결과가 뻔한데 아무런 대책 제시도 없이 파렛트 출하를 강행하는 공사가 강서시장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데 앞장서는 것과 다름이 없다” 고 말했다.
시장도매인도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실속도 없는데다 불편만 가중된다는 것이다.
시장도매인 관계자는 “현재 출하방식으로 2.5톤 차량에 수박 1,000~1,100개 실을 수 있는데 파렛트로 출하할 경우 파렛트 3개(1개당 80개)를 실을 수 있어 수박 적재 개수가 1/3로 줄게 된다” 면서 “같은 물류비를 부담하는데 적재물량이 70% 가량이 줄게 되는데 미치지 않고서야 파렛트로 출하를 할 수 있겠냐” 고 반문했다.
중도매인 관계자는 “파렛트 출하시 적재 기술력을 가진 인력이 필요한데 구하기도 힘든데다 일반인이 적재할 경우 아래에 있는 수박은 눌려 변형되거나 깨질 수밖에 없어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면서“산지부터 시장까지 어느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데 파렛트 출하를 강행하는 공사는 무슨 생각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