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상기후 현실화에 따른 농작물 피해가 급격히 늘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왼쪽부터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당한 충북 청주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경북 영주의 한 사과밭에서 제6호 태풍 ‘카눈’으로 ‘홍로’ 사과가 떨어진 모습. 연합뉴스·농민DB
[2024 농업·농촌 6대 과제] (5) 기상이변에 따른 수급불안
전국 평균기온 최근 들어 급격히 상승
집중호우 인한 농경지 침수피해 빈발
출하감소 영향 가격급등 가능성 커져
병충해 예방책 등 생산단계 지원필요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4. 1. 3
최근 몇년간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현실화하면서 국내 농산물 수급불안이 일상화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저온피해로 과수 생산량이 급감하는가 하면 생육기 폭우·폭염으로 채소류 작황이 악화해 가격 급등락이 심해지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구온난화에서 지구열대화로...폭염 피해 심화 전망
2023년 7월27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국제연합) 사무총장은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와 세계기상기구(WMO)의 관측 자료를 토대로 현재 기후가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를 넘어 지구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영향은 한반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2023년 서울 기준 최고기온이 33℃를 넘은 폭염일수는 19일에 달했다. 이는 2018년(35일)과 1994년(29일), 2016년(24일)에 이은 역대 4위 기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3년 8월과 10월 펴낸 ‘기후위기와 농업·농촌의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폭염일수는 증가 추세로, 전국 평균 기온은 1973년 17.7℃에서 2022년 18.6℃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폭염으로 인한 농업부문의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농경연에 따르면 농작물재해보험의 폭염 관련 보상건수는 2018년 1만3169건에서 2021년 24만9067건으로 무려 18.9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폭염 관련 피해면적도 6만5193㏊에서 23만179㏊로 3.5배 늘어났다.
◆ 태풍. 호우 빈발...농업 피해 증가 추세
폭염과 함께 태풍·호우로 인해 발생하는 농작물 피해 규모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농경연에 따르면 2010년대 후반기 들어 태풍·호우로 인한 농경지 침수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2020년 역대 최장기간 장마와 태풍으로 최근 10년 내 가장 큰 피해가 발생했다. 2020년 농경지 침수면적은 14만494㏊, 피해면적은 6만385㏊로, 지급된 보험금만 5600억원 규모에 달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3년에도 6∼7월 집중호우와 태풍 ‘카눈’으로 7만1000㏊ 규모의 농경지 침수가 발생했고, 이에 따른 피해복구비만 3200억원이 투입됐다. 이같은 태풍·호우 피해는 농산물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7월 멜론·수박 주산지인 충청지역에 침수 피해가 발생해 2기작 출하가 중단, 이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는 등 수급불안이 장기간 이어진 바 있다.
김태후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태풍·호우를 비롯한 자연재해는 농작물 작황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며 “파종·식재한 작물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이같은 피해는 농가 경영을 위협할 뿐 아니라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가격불안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 부연구위원은 “수급불안에 대비한 사전적 대응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 폭염과 가뭄 등에 강한 품종 개발과 재배법 등에 대한 연구에도 꾸준한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병충해 확산도 이상기후 영향...대책 마련해야
직접적인 작물 피해뿐 아니라 병충해 역시 이상기후 영향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사과·복숭아 등 과수분야에서 여름철 집중호우에 이은 병충해가 확산하면서 결국 ‘금(金)사과’ 논란까지 이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 지난해 사과 생산단수(10a당 생산량)는 1271㎏으로 2011년(1218㎏)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봄철 저온피해로 착과수가 줄어든 데 이어 8월 이후 탄저병이 발생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큰 만큼 사전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복 충북원예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소장은 “사후적으로 가격에 대한 대책을 내놓는 것보다는 저온피해·병충해 등에 대한 예방책 등 생산단계에서의 지원을 마련해 수급불안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