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농산물 주산지 지도가 바뀌고 있다. 강원도에서 10년 새 사과 재배면적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감귤은 이제 제주도에서만 재배되지 않고 내륙에서도 나온다는 얘기가 새삼스럽지 않게 됐다. 반면 여름철 배추 공급을 담당하는 고랭지배추 산지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와 주목된다.
◆북상하는 재배지
대한민국의 기후변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4월 환경부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기후변화 적응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전세계 평균보다 더 빠른 온난화 속도를 보인다. 지난 109년간(1912∼2020년) 대한민국의 연평균 기온은 약 1.6℃ 상승해 전세계 평균인 1.09℃보다 상승폭이 컸다.
이런 기후변화로 농산물 품목별 재배지도 북상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사과와 감귤이다.
2022년 강원지역 사과 재배면적은 1630㏊로 2012년(1196㏊)에 견줘 1.4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국 사과 재배면적 중 강원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4.1%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는 강원지역이 따뜻해진 영향도 있지만, 사과의 경우 일정한 일교차가 나야 당도가 올라가는 생육 특성이 반영된 재배지 변화다. 이에 강원지역에서 사과 재배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전통적인 사과 주산지였던 경북 영천의 2022년 사과 재배면적은 588㏊로 2002년 재배면적(972㏊)에 견줘 무려 39.5% 감소했다.
시장에서도 강원산 사과가 부상하고 있다. 변무림 강원 정선 임계농협 과장은 “최근 5년 새 농가수는 20농가, 재배면적은 20% 늘었다”며 “생산량 증가에 따라 지난해부터 삼척농협·태백농협과 함께 사과를 대형 유통사에 납품하고 있다”고 전했다.
감귤 역시 제주 외 지역에서의 재배가 확대되고 있다. 전북 정읍, 전남 고흥·완도, 경남 거제·통영 등 내륙지역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농촌진흥청 조사 결과 2019년 220.2㏊였던 내륙의 감귤 재배면적이 2023년 311.1㏊로 41.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 완주에서 감귤·한라봉을 8925.6㎡(2700평) 규모로 재배하는 김운기 만감류회장은 “화훼에서 만감류로 작목을 전환했다”며 “과거에는 기후·재배기술·시설 여건이 안돼 만감류 재배를 엄두도 못 냈지만 현재는 작목회원수가 80농가를 넘는다”고 말했다.
전북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만감류가 일손이 덜 들어 작목을 전환하는 농가가 늘면서 재배면적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며 “아직까지는 생산량이 많지 않아 로컬푸드나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지만 향후 더 늘어나면 주산지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라지는 여름배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재배지가 북상함에 따라 특정 품종은 아예 사라지거나, 과거와 달리 재배 공백기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이미 강원도 고랭지채소는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22년 강원도 고랭지배추는 4069㏊로 2012년(4794㏊)보다 15.1% 감소했다. 2022년 강원도 고랭지무 재배면적은 2276㏊로 2012년보다 7.3% 줄었다.
특히 준고랭지지역은 이런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변 과장은 “올해도 수확기 때 고온과 비의 영향으로 좋은 품위의 배추를 출하하지 못했다”며 “준고랭지에서는 여름철 기온이 높아지는 기후변화를 크게 실감하고 있어 작목을 전환하는 농가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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