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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경자유전 원칙 존립 두고 갑론을박 치열 [2024 농업·농촌 6대 과제]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01-01 조회 1615
첨부파일 202312275001641.jpg

           [2024 농업·농촌 6대 과제] (2) 농지제도 변화 기조, 대응방안은 

           전용 가속화...45% 비농민에 

           농지 이용 대전환 주장 거세져 
           우량농지마저 잠식…지가 들썩 

           “공개념 도입 등 보전방안 절실” 
           정부, 지역별 차등 완화 고려중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4. 1. 1


 올해도 농지 규제 완화 외풍이 심상치 않을 전망이다. 개발을 위해 규제를 풀고 이참에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폐기하자는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농사지을 사람이 줄어드는 농촌 현실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다. 하지만 도시화·산업화 과정에서 줄곧 농지를 내어준 농업계에선 최후의 보루는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경자유전의 대안적 성격을 갖는 ‘농지농용(農地農用)’ 원칙도 최근 이런 배경에서 주목받고 있다.

농지 규제 완화 목소리가 잇따른다. 지난해 4월 경남도의회는 농지 소유 규제를 완화하자는 내용의 건의문을 채택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 이후 강화된 ‘농지법’ 때문에 농지 거래가 위축되고 이에 따라 농촌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최근엔 경자유전 원칙을 폐기하자는 주장을 담은 보고서가 국무조정실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지며 농업계에 파장이 일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농지는 농민만 소유해야 한다’는 헌법상의 경자유전이 이미 상당 부분 형해화했다는 사실이다. 현행 ‘농지법’상 농사지으려는 사람은 물론이고, 비농민도 얼마든지 농지 취득이 가능하다. ‘농지법’에 따르면 1만㎡(3025평) 이하의 농지는 비농민이 상속받아 임대하거나 사용할 수 있고, 이를 초과하는 농지도 한국농어촌공사에 위탁하면 제한 없이 상속·소유할 수 있다. 8년간 자경한 농민은 이농 후에도 1만㎡까지 농지 소유가 가능하고, 주말·체험 농장 목적의 농지 소유도 열려 있다.

이같은 예외 규정 때문에 전체 경지면적 중 45%(2015년 기준)는 비농민이 소유한 실정이다. 전체 농민 가운데 후계농을 확보한 비율이 3.5%인 것을 고려하면 향후 고령농 은퇴와 맞물려 농지 대부분은 비농민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5년 뒤 농지 85%가 비농민 소유일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유명무실해진 경자유전을 굳이 폐기하자는 주장 이면엔 ‘비농민의 농지 소유’를 넘어 ‘농지의 비농업적 이용’, 즉 농지 전용을 손쉽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경자유전으로 국토부가 농지 등에 손도 못 댄다”면서 “농지 이용 대전환을 생각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주장은 농지 수요가 큰 경제계 중심으로 제기되는데, 공급자인 농촌에서도 호응이 있다. 경북 의성의 한 농가는 “나이가 들어 농사는 못 짓고 앞으로 농사지을 사람도 없는데, 땅이라도 잘 팔리도록 경자유전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민단체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이를 경계하는 시선도 상당하다. 지금도 농지의 소유와 이용은 충분히 자유롭고, 그나마 규제가 없어지면 농업 생산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002∼2021년 국내 농지는 모두 31만8000㏊가 전용됐다. 연평균 1만6000㏊씩 전용된 셈이다. 농지전용허가제도 시행 이듬해인 1974년부터 2011년까지 해마다 9246㏊가 전용된 것에 비춰보면 전용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지면적은 1968년 232만㏊에서 줄곧 감소세다. 이같은 농지 잠식은 우량농지인 농업진흥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산업단지나 택지 개발로 우량농지에서 대규모 개발이 이뤄질 뿐 아니라 소규모 전용도 비일비재해 농촌이 난개발되고 개발 기대로 농지 가격은 크게 들썩이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규제 완화 반대 진영에선 누더기 ‘농지법’에 더해 농지 가격을 낮게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용도지역제도, 3㏊ 미만이면 개발계획 없이도 농지를 전용 가능하도록 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발이익을 충분히 환수하지 못하는 환수제도 등이 복합적으로 농지의 불필요한 전용을 부추긴다면서 오히려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농지가 농업에 쓰이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국가가 고령농 농지를 제값에 사들여 필요한 이들에게 공급하는 ‘농지공개념’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처럼 농촌 개발과 농지 보전 의견이 상충하는 가운데 농지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대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한 방법으로 인구감소지역에 한해 농지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촌소멸 대응대책을 수립 중인데 그중 농지대책으로 지역별 차등 규제 완화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결과는 올초에 나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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