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공공형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지역농협의 부담을 덜어주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충남 당진 대호지농협이 고용한 공공형 외국인 근로자가 모판작업을 하는 모습
[2024 신년기획-농업·농촌 6대 과제] (1) 인력구조 새 틀을 짜자
고령화로 인구감소 갈수록 심화
청년농도 줄어 비중 0.7% 불과
3년내 농가수 100만 붕괴 전망
농민, ‘인력부족’ 첫손에 꼽지만
정부, 고용허가제 등 개선 미흡
“정책 재검토 ... 이민제도와 연계”
농민신문 서륜 기자 2023. 12. 31
농업인력의 안정적 확보는 2024년 새해에도 농정당국의 핵심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고령화가 심화하고 농촌소멸이 가속화하는 실정이어서 농업의 미래를 이끌 후계인력은 물론이고 농업 현장에서 일할 노동력을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정부가 기존 농업인력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인력 구조의 새 틀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촌 고령화와 이로 인한 농촌인구 감소는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하는 모습이다. 통계청의 ‘2022년 농림어업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농가인구 비율은 49.8%로 절반에 육박했다. 2020년 42.3%에서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반면 청년농은 가파르게 줄고 있다. 2021년 1만명선이 무너졌던 40세 미만 농가 경영주는 2022년 7036명까지 쪼그라들었다. 전체 농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겨우 0.7%에 불과해 농촌에서 청년농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고령화에 따른 농업 포기나 사망 등으로 농가수도 줄고 있다. 2022년 102만2797가구로 전년(103만1210가구)에 견줘 0.8%(8413가구) 줄었다. 2021년 농가수 감소율이 0.38%였던 것에 비해 감소폭이 두배 넘게 커졌다.
이런 추세라면 향후 3년 안에 농가수 100만가구선이 무너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농촌소멸을 우려하는 게 기우가 아닌 이유다. 행정안전부가 소멸위기에 놓인 전국 89곳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는데, 군 단위 농촌지역이 69곳으로 77.5%를 차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농촌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는 비명이 터져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2020∼2021년)’에 따르면 농민들은 농업경영의 가장 큰 위협요소로 인력 부족(58%)을 꼽았다. 이런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농업인력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농업 현장에서 필수가 된 외국인 근로자를 크게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2024년도 고용허가제(E-9)를 통한 외국인 근로자 도입규모를 지난해 12만명 대비 37.5% 늘어난 16만5000명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농업분야는 지난해와 사실상 같다.
정확히는 지난해보다 1050명 증가하지만 이는 고용허가제를 통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가능한 업종에 ‘임업’을 새롭게 포함한 결과로, 경종업이나 축산업에서의 인원은 2022년과 같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난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등 농협 사업장도 고용허가제를 통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요구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와 달리 음식점업·임업·광업 등 3개 업종은 이번에 고용 가능 업종에 포함됐다.
김기범 충남 논산 양촌농협 조합장은 “APC의 기능은 농산물 선별·포장·판매 등으로 농민이 하는 농산물 생산활동의 연장선”이라며 “농민이 하던 일을 대신 하고 있는 만큼 APC도 외국인 근로자(E-9)를 고용할 수 있는 업종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근로자 도입규모를 단순히 늘리는 데서 더 나아가 이민제도와 연계한 도입 확대를 적극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도 이런 지적을 반영해 지난해 9월 올해 도입할 농업분야 숙련기능인력(E-7-4) 쿼터를 당초 400명에서 1600명으로 대폭 확대했다.
숙련기능인력제도는 고용허가제(E-9, H-2)로 4년 이상 근무한 외국인 근로자가 소득·한국어능력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국내에서 영구히 거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사실상 이민과 다를 바 없다. 숙련기능인력 쿼터는 늘렸지만 ‘내국인 고용 인원의 30% 이내’에서 숙련기능인력을 허용한다는 조건 때문에 ‘하나 마나 한’ 제도개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제도개선 이후 농업분야에서 숙련기능인력으로 전환된 숫자는 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산의 한 딸기농가는 “일을 성실하게 잘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계속 데리고 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 만큼 이런 불합리한 규정은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가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공공형 계절근로제도 운영 주체인 지역농협의 재정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공공형 계절근로제를 운영하는 농협은 날씨 등의 영향으로 일을 못하게 돼도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해 많은 손실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2027년 청년농 3만명 육성’을 위해 내놓은 청년농 육성 정책도 ‘새 틀을 짜는’ 자세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현재 40세 미만인 청년농 기준 연령을 상향해 40세 이상도 청년농 육성 관련 정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많은 청년농이 자금난에 허덕이는 점을 감안해 3년간 월 100만원인 영농정착지원금 지원을 확대하고, 단기 저리융자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을 통한 청년농 우대보증 확대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후계농자금 지원 한도가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됐지만, 농신보 우대보증은 연계되지 않아 한도 상향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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