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석 전남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오른쪽)가 진도군 지산면의 한 대파밭에서 농민과 노지채소 스마트 물관리 장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남농기원, 전국 최초 개발
햇빛, 강우량 고려해 물 공급
흙 수분 감지보다 더 효율적
물 사용량 줄고 생산량 늘어
농민신문 진도=이상희 기자 2023. 12. 18
대파·양파 등 노지채소 재배 시 물관리를 자동으로 할 수 있는 스마트 물관리 장치가 개발됐다. 농가들은 노동력 절감뿐 아니라 농작물 생육에도 도움이 된다며 반기고 있다.
전남 진도군 지산면 일대 대파밭에는 다른 밭과 달리 센서가 설치된 곳이 몇군데 있다. 환경 조건을 감지하는 센서는 ‘노지채소 스마트 물관리 장치’의 핵심이다. 장치는 전남도농업기술원(원장 박홍재)이 전국에서 최초로 개발했다.
노지채소 스마트 물관리 장치는 기본적으로 센서를 통해 햇빛양과 온도·강우량을 감지해 물 필요량을 계산해 자동으로 관수한다. 밭 면적에 따른 증발산량을 계산해 강우량을 차감한 뒤 필요한 만큼의 물을 자동으로 공급한다.
센서를 통해 노지채소 밭의 물관리를 하는 장치가 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존 장치는 토양 수분 상태를 감지해 물을 주는 방식이어서 다양한 조건에 대응하기 어려웠다. 모래 성분이 많은 사토와 그렇지 않은 점토는 물빠짐이 달라 물 주는 방식도 달라야 하는데 기존 장치는 단순히 흙의 수분량만 감지해 물을 공급하기 때문에 흙의 종류에 따른 편차가 심했다는 것이다.
이형석 도농기원 농업연구사는 “식물체가 물을 빨아들일 때 활용하는 정보는 햇빛의 강도인데 기존 장치는 흙의 수분량에 따라 관수를 함으로써 식물체가 필요로 하는 양을 적절하게 공급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면서 “새로 개발한 스마트 물관리 장치는 이런 단점을 극복해 더 효율적으로 물관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사가 심한 밭이나 그늘진 곳 등 같은 밭에서도 생육조건이 미세하게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해 밭을 네구역으로 나눠 물관리가 이뤄지도록 정밀성을 높였다. 또 자동화하기 힘든 각 밭의 특성이나 개별 농민의 재배법을 반영하기 위해 기본 장치에 개인적인 데이터 값을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물관리를 과학화한 결과 생산량 증가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 도농기원 측 설명이다. 지난해 8∼11월 진도 대파밭에서 실증 시험한 결과 생산량이 10a당 2434㎏으로 관행재배보다 30%가량 늘었다. 설치비가 10a당 400만원 정도 들지만 증량으로 증가한 수익을 감안하면 오히려 농가소득이 늘어난 셈이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관수 상태를 확인하거나 원격 관수가 가능해 노동력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올해 대파밭에 장치를 설치한 김문겸씨(48)는 “밭 규모가 1만평 정도 되다보니 다른 사람 손을 안 빌릴 수가 없는데, 워낙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 스마트 물관리 장치를 설치했다”면서 “밭에 가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어 정말 편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물 사용량도 줄었다는 게 농가의 설명이다.
관행재배에서는 사람 눈으로 보고 관수하기 때문에 물 사용량이 실제 필요량보다 대개 더 많았는데 물관리 장치 설치 후에는 필요한 만큼만 관수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씨는 “예전에는 한번 관수할 때 3시간이 걸렸는데 장치 설치 이후에는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로 단축되는 등 물 사용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지채소 스마트 물관리 장치의 실효성이 확인되면서 도농기원은 양파 등 다른 작물에까지 장치 보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박홍재 원장은 “앞으로 더 많은 농민이 이 기술을 도입해 안정적인 농작물 생산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