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수출 제한으로 무기질비료의 중요한 원료인 요소·인산이암모늄(DAP)의 수급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농업용의 경우 내년 1분기까지 국내 공급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수입선이 다변화된 데다가 내년 1분기까지는 비료 수요가 많지 않고, 이 시기 생산분을 위한 재고는 이미 확보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2021년 ‘요소 대란’ 이후 수입선이 충분히 다변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중국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일부 공장의 가동을 제한한 데 이어 10월 중순부턴 일부 원자재 수출도 중단하자 요소의 중국 의존도가 90%에 달했던 우리나라는 산업용·농업용 요소를 구할 수 없어 ‘요소 대란’이 벌어졌다.
이후 업계는 중국 대신 동남아·중동 등으로 수입 대상국을 다변화해 공급망 안정에 힘써왔다. 농협경제지주 측은 “관세청에 따르면 현재 요소의 중국 평균 의존도는 20% 수준”이라며 “수입선이 다변화된 만큼 중국의 수출 통제 영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요소의 중국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한 비료업체 역시 “1분기 생산을 위한 재고까지는 이미 확보해둔 만큼 수급문제는 당장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상황을 주시한 후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DAP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대다수 업체가 원료를 이미 확보해둔 데다 국내 비료시장의 절반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남해화학이 있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보석 남해화학 원료사업팀장은 “기초 비료를 수입해 와 제품화하고 있는 게 아니라 원재료인 인광석을 수입해 생산하고 있어 중국의 수출 중단 영향은 전무하다”며 “남해화학은 사용하는 요소도 중국산 비율이 10% 미만이라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DAP 수급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안보공급망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현재 총 4만t의 재고가 확보돼 있어 내년 5월까지 안정적으로 국내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제3국 공동 구매를 지원하고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남해화학 생산·수출 물량을 내수용으로 전환하는 것도 적극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중국발 ‘원료 대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단기적인 영향을 신경 쓰기보다 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가 확보해둔 원료는 1분기 생산분까지인 만큼 2분기 이후의 상황은 알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이 1분기 이후에도 계속 원자재 수출을 단속한다면 ‘원료 확보 전쟁’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한 비료업체 관계자는 “수입선을 더 늘릴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3일이면 주요 원료가 도착하는 중국과 달리 중동 국가에서 수입한다면 들어오는 데만 한달 이상이 걸리는 것도 사실”이라며 “중국 내 정책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수급 불안보다 가격 상승 압박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외 다른 국가로 수입 수요가 몰리면 세계적으로 요소와 DAP 가격이 크게 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이미 상승 기미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수출 통제 움직임 이후 세계 원자재 가격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경제지주 비료팀 관계자는 “업체들이 1분기 생산분의 원재료를 확보해놓은 만큼 1분기 비료 가격은 안정적이겠지만 2분기 이후엔 세계 원료 가격 추이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상황을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