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가락시장 중도매인 점포에 놓여 있는 깐마늘.
저품위·수율하락 탓 비용 올라
가공업계 경영위험 크게 증가
내년초까지 상황악화 이어질듯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3. 11. 27
김장철 극심한 소비부진의 여파로 배추·무 가격이 평년보다 하락한 가운데 깐마늘값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 마늘 가공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깐마늘 가공업체들은 수도권 도매시장에서의 거래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극심한 소비부진으로 가격 전망이 밝지 않다는 분석이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깐마늘을 거래하는 도매시장법인 등에 따르면 최근 경남 창녕 등의 마늘 가공업체들은 정가·수의 매매 거래 가격 인상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대서종 깐마늘 거래 가격은 1㎏당 6500원이었는데, 이를 6750원으로 3.8% 인상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처럼 업체들이 직접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김장철이 한창임에도 극심한 소비부진으로 깐마늘값이 평년 대비 부진한 시세 흐름을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전국 주요 시장에서 조사한 대서종 깐마늘의 중도매인 판매 가격은 24일 기준 상품 1㎏당 평균 6730원이다. 이는 1년 전 가격(8090원)보다 16.8%, 평년 가격(6802원)보다 1.1% 낮은 값인데, 여기에는 중도매인 판매 마진이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마늘 가공업체들의 수취 가격은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분석된다.
마늘 가공업계는 7∼8월 창녕, 경북 영천 등 산지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깐마늘 원료인 피마늘을 평균 3600∼3800원에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매입가는 피마늘값이 5000원대를 호가했던 지난해보다는 낮은 가격이지만 문제는 올해 수확기 내린 비로 마늘 품위가 떨어져 업체들이 체감하는 생산원가가 예년보다 높다는 점이다.
최진욱 한국마늘가공협회장은 “올해의 경우 평균적으로 매입한 피마늘 중량의 16∼17%는 탈피와 자연 감모 등으로 사라지고, 실제 가공할 수 있는 중량은 전체의 83% 수준에 불과하다”며 “특히 올해 마늘 품위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으로 가공 과정에서 파지율이 25% 정도로 높게 나타나다보니 수율 하락으로 가공업체들의 생산원가가 높게 체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깐마늘값 하락이 지속될 경우 업체들의 경영위험이 높아져 내년도 산지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마늘 주산지 경매에서 경락값이 지난해 대비 하락한 데는 중도매인(마늘 가공업체)들이 2021∼2022년 누적된 손실로 경매에 소극적으로 참여한 것이 주요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문 마늘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높아진 생산원가 등을 고려하면 깐마늘값이 평년 이상으로 회복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마늘업계에 퍼져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마늘 가공업계 경영이 어려워진다면 내년도 산지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생산자들 사이에서도 조심스럽게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초까지 소비부진 우려가 해소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규원 대아청과 경매사는 “12월초면 김장이 마무리되기 때문에 사실상 올해 김장 성수기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12월부터 방학 등으로 비수기가 시작되고 이같은 분위기가 내년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한 대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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