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서울 가락시장의 대파 경매장에서 국산 대파 사이 중국산 신선대파가 경매를 통해 거래되는 모습
중국산 저가 신선대파 공세 갈수록 심화
손쉽게 판로확보…선호도 높아
정부 할당관세 배정추진도 악재
12월부터 국산 시세 하락 위험
산지 “거래 지속 땐 강경 대응”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3. 11. 26
국내 최대 공영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에서 최근 중국산 신선대파가 상장경매로 거래돼 큰 파장이 이는 가운데 정부가 대파 무관세 수입까지 추진해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출하자들은 수입 대파의 시장 잠식이 가속화돼 겨울대파 시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가락시장 경매 현장서 수입 대파 선호도 높아=22일 오후 8시30분 가락시장.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대파를 거래하는 한 도매시장법인의 대파 경매장에선 생경한 모습이 펼쳐졌다. 넓은 경매장에 국산 대파가 펼쳐져 있는 사이 한눈에 봐도 적지 않은 규모의 중국산 신선대파가 놓인 상태로 상장경매가 진행되고 있던 것. 이날 해당 도매시장법인에 출하된 중국산 신선대파는 모두 16t으로, 국산 대파 출하량이 210t가량임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양이 아니었다.
경매에 참여한 중도매인들은 국산 대파와 중국산 신선대파를 비교하며 값을 신중하게 매기는 등 거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었다. 이들이 꼽은 가장 큰 장점은 ‘가성비’다. 실제 이날 중국산 신선대파 경락값은 상품성이 없어 가격이 폭락한 일부 물량을 제외하곤 1㎏당 평균 1030∼1260원을 오갔다. 같은 날 국산 대파값이 상품 1㎏당 3167원이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매우 높은 셈이다.
대파 중도매인 이상록씨는 “국산 대파와 비교해 품위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데다 가격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니 소비자 입장에서 먼저 찾을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 절단 처리 후 중소형 마트로 유통되거나 식자재마트로 넘기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국산 신선대파가 국산 대파와 같이 경매에 오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최근 국산 대파값이 수급불안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치솟자 다수의 수입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수입에 나섰는데, 정작 국내에서 판로를 찾기 어려워 손쉽게 판매할 수 있는 가락시장으로 물량을 쏟아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출하자들의 반발을 우려한 도매시장법인들이 반입 거부 움직임을 보이자 수입업체들은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등에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의 수탁의 거부금지 조항을 근거로 반입 허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본지 11월17일자 6면 보도).
한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수십년간 이어져온 국산 출하자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최대한 물량을 받지 않으려 했지만 법 규정상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경매를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 대파 무관세 수입 추진…겨울대파 산지 ‘비상’=문제는 물가안정을 명목으로 정부가 추진한 무관세 수입 정책이 중국산 신선대파의 공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16일 ‘농식품부 소관품목에 대한 할당관세 추천요령’을 올리고 연말까지 신선대파에 대한 할당관세(관세율 0%) 수입을 2000t 규모로 추진한다고 공고했다. 이어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17일 ‘2023년 대파 할당관세 배정공고’를 공지하고 수입 추천서 배분에 나섰는데, 단 며칠 만에 2000t 규모의 물량이 모두 배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관세 수입 대파는 대부분 가락시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가락시장의 전체 수입 대파 반입량은 17일 9t이었지만 20일 16t, 23일 34t으로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 수입업체 대표는 “중국산 신선대파의 수입 원가는 1㎏당 1500원 수준인데 현재 수입 물량 대부분이 가락시장에 몰려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대가 나오고 있다”며 “무관세 수입 물량 2000t뿐 아니라 일반 관세(27%)를 물고 들어오는 물량도 있어 가락시장 출하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해지자 겨울대파 출하를 시작한 전남 진도·신안 등 주산지 관계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직 국산 대파값이 강세를 보인다고는 하나 12월부터 본격적인 출하가 시작되고, 수입 대파의 공세 수위가 높아진다면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특히 올해 겨울대파 밭떼기거래 시세가 3.3㎡(1평)당 최대 2만8000원까지 치솟은 상황이라 만약 시세가 하락한다면 그 여파가 산지 유통인뿐 아니라 농민들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한호 진도 선진농협 팀장은 “산지 인력이 없다보니 경쟁이 치열해져 인건비가 지난해보다 20%가량 올랐다”며 “겨울대파 작황부진이 예견돼 유통인들간 수집 경쟁이 벌어지면서 밭떼기거래 가격이 치솟았는데 시세가 하락이라도 한다면 산지에서 계약 파기 등 큰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생산자들은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서의 수입 대파 거래가 지속될 경우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곽길성 서진도농협 대파공선출하회장은 “농민 피해를 방치할 경우 상경 집회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