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4만명 수준인 계절근로자 배정 인원이 내년에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농촌 현장에선 기대감과 함께 지방자치단체 담당 공무원의 관리 한계를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현재도 지자체별로 1∼2명의 공무원이 업무를 도맡으면서 계절근로자의 지각 입국과 무단 이탈 등의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전국에 배정된 계절근로자는 4만647명이다. 지난해 1만9718명에 견줘 두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내년엔 또 한번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시적 일손이 필요한 작물재배업에선 계절근로자가 사실상 유일한 인력 대안이기 때문에 대부분 지자체가 내년 계절근로자 도입 규모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최근 전국 지자체는 농가 신청을 받아 내년 상반기 계절근로자 도입의향서를 작성하고 있다. 올해 363명의 계절근로자를 농가에 투입한 전남 나주시는 내년엔 상반기에만 600명 이상을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676명을 투입한 강원 평창군에선 수요 조사 결과 내년 956명의 계절근로자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는 지자체 신청을 바탕으로 이듬해 배정할 인원을 연말께 확정하는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지자체가 신청한 인원을 모두 배정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일선 지자체의 업무 하중이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계절근로자는 주로 해외 지자체와 업무협약(MOU)을 맺어 들여오는데 지자체별로 공무원 1∼2명이 해외 지자체 섭외, 인력 선발·교육, 입국 후 체류 관리 등 모든 업무를 도맡는다. 인력과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계절근로자의 입국 지연과 입국 후 무단 이탈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무부는 지난해 9월 계절근로자 유치·관리 업무 전반을 대행하는 전문기관을 지정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구체적인 방안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현재 법무부는 계절근로자를 다른 외국인 근로자 제도와 묶어 함께 관리할지 혹은 별도의 전담기관을 둘지 등을 두고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절근로자 전문기관을 지정하려면 ‘체류관리법’ 등 법률 개정이 필요한데 관계부처 협의가 장기화하면서 법적 절차도 진전되지 않고 있다.
농촌에선 늘어나는 계절근로자가 실제 현장에 도움이 되도록 전문기관을 신속히 지정해달라고 목소리를 낸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현재도 많은 브로커가 음지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이 계절근로자 입국 과정에서 과도한 수수료를 수취하고 계절근로자는 이를 메우기 위해 무단 이탈하는 부작용이 되풀이된다”면서 “정부가 공신력 있는 기관을 선정해 협업할 수 있도록 해주면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계절근로자 전담기관을 둘 경우 이 역할을 어디에 부여할지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창덕 한국이민사회전문가협회 교제교류협력본부장은 “정부 인가 비영리단체 중 이민·다문화 관련 사업을 하는 곳에 맡기면 될 일”이라면서 “비영리단체는 이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어서 조직 운영에 필요한 비용 정도의 수수료만 가지고도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계절근로자가 농촌 일손을 맡는 핵심인 만큼 기관 지정 등의 업무를 법무부에만 맡겨선 안된다는 것이다. 엄진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2월 ‘농어업고용인력 지원 특별법’이 시행되면 농식품부가 농업인력 총괄기구 격인 농어업고용인력지원전문기관을 운영할 수 있게 되는데 여기에 계절근로자 관련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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