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홍천군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운영 우수사례 설명회’가 17일 홍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전국 27개 시·군 공무원들이 성공 비결을 경청하고 있다.
강원 홍천군 외국인 계절근로자 운영 비법은
군, 설명회 열어 우수사례 공유
이민자 가족 초청, 브로커 차단
수업 열어 한국문화 정보 제공
현장 중심 소통 행보도 ‘주효’
내년 관리 프로그램 활용 기대
농민신문 홍천=김윤호 기자 2023. 11. 20
외국인 계절근로자 무단이탈에 따른 불법 체류자 발생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 홍천군(군수 신영재)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 운영이 우수사례로 손꼽히며(본지 10월18일자 5면 보도) 성공 비결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군이 17일 홍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운영 우수사례 설명회’를 연 것. 현장엔 도내뿐 아니라 멀리 전남 여수·나주·장성과 경남 밀양에 이르기까지 전국 27개 시·군 공무원들로 140석 규모의 강당이 거의 꽉 찼다. 참석자들은 내용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히 받아 적으며 귀를 기울였다.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이민과 외국인 관리정책을 성공적으로 수립하려면 지방정부간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는 내용의 격려 영상으로 힘을 실었다.
올해 홍천지역에선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926명 입국해 374농가에 배치됐다. 이 가운데 무단이탈자는 2명에 그쳐 이탈률이 0.2%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도 545명이 입국해 225농가에서 일했으며 단 1명의 무단이탈 없이 모두 근무 기간을 정상적으로 마치고 무사히 본국으로 돌아갔다.
연사로 나선 권상경 군 농촌인력지원팀장은 먼저 ‘믿을 만한 사람을 뽑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군은 2009년 필리핀 산후안시와 우호교류협력을 맺은 데 이어 2017년엔 계절근로자 도입 업무협약(MOU)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결혼이민자의 본국 가족을 초청해 인력 알선업자(브로커) 개입을 차단했다. 올해 근로자 926명 가운데 810명은 업무협약에 따라 입국했고 116명은 결혼이민자 초청 가족으로 꾸렸다.
군이 올 3월부터 산후안시에서 운영하는 ‘홍천-산후안 세종학당’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학당은 2020년 군과 산후안시가 업무협약을 하며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했으나 코로나19로 양국간 입국 문턱이 높아지며 운영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그러나 군은 포기하지 않고 2021∼2022년 매년 2회씩 화상수업을 했고 올해 대면교육을 시작했다. 계절근로자가 미리 기본적인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울 기회를 제공해 이들의 적응 기간을 줄여주자는 판단에서다.
군이 국내 처음으로 개발한 ‘계절근로자 관리 프로그램’도 주목받았다.
군은 매년 계절근로자 수요는 느는데 행정업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배정이나 이동 배치를 자동으로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년부터 활용한다. 여기엔 근로자 신원과 농가 근무 이력도 담겨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군의 기대다.
권 팀장은 “보통 근로자 입·출국 과정에 필요한 서류만 10종이 넘는데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엑셀로 수작업하는 것보다 업무 정확성이 높아지고 시간도 단축된다”며 “아낀 행정력을 근로자 관리에 쏟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홍천군 사례를 경청한 참석자 대부분은 큰 관심을 보였다. 질의응답 시간엔 다양한 질문과 의견이 쏟아졌다.
전북 완주군 농업축산과에 근무하는 지정숙씨는 “최저 이탈률 달성 비결을 솔직히 알려달라”고 했다.
이에 유진수 군 농정과장은 “2021년에 입국했던 우즈베키스탄 출신 계절근로자 91명 중 75명이 무단으로 이탈했던 게 뼈아팠다”며 “이후 농가와 근로자 간 갈등이 발생하면 조속히 현장을 찾아 소통·해결에 나선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전남 나주에서 온 공무원 김태훈씨는 “배 주산지인 우리 지역에선 배꽃 수정·솎기와 수확으로 매년 4∼6월과 9∼10월이 바쁜 대신 7∼8월은 농한기인데 이럴 때 계절근로자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권 팀장은 “밭농사 지역에선 별도 농한기가 없는 만큼 지리적 특성과 작물을 고려해 공백 없이 제도를 운용해야 무단이탈이 줄어든다”고 했다.
이밖에 주휴수당 산출 방식, 숙소 조건, 근로자 선발 시 신체 기준 등을 두고 문답이 오갔다. 설명회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여 만에 끝났다.
경기 포천군 공무원 이모씨는 “우리 지역은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외국인 근로자를 받으며 계절근로자제는 아직 시행 전”이라며 “오늘 보고 들은 내용을 숙지해 우리 군에 맞는 외국인 근로자 관리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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