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현실화 필요’ 언급에 권익위서 외식업계 여론 수렴
물가상승분 반영 필요 공감대 반대 의견도 청취 후 결정 계획
농민신문 하지혜 기자 223. 11. 19
정부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상 식사비 한도 상향을 검토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농업계에서도 국산 농축산물의 식자재 소비 활성화를 위해 식사비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통하는 ‘청탁금지법 시행령’은 공무원 등이 제공받을 수 있는 식사·다과·주류 등 음식물 가액을 1인당 3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2016년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7년째 동결 상태다.
그간 외식업계 등에선 재료비·인건비·임차료 등 비용 상승을 반영해 식사비 한도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그러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30일 국무회의에서 식사비 한도 등 ‘청탁금지법’ 현실화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김홍일)는 여론 수렴에 나섰다. 16일 한국외식업중앙회와 간담회를 하고 외식업계의 의견을 들었다. 외식업중앙회는 ‘청탁금지법’의 식사비 한도를 폐지하거나 물가상승분을 반영해 10만원으로 상향하고 2년마다 한도의 타당성을 검토·재조정해줄 것을 건의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홍일 위원장은 “‘청탁금지법’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부정청탁 문화를 없애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면서도 “다만 2003년 ‘공무원 행동강령’에서 정해진 음식물 가액 상한선 3만원이 20년 동안 유지되면서 물가상승과 경제 상황 변화를 제때 반영하지 못한 과도한 규제란 비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식사비 한도 현실화는 농업계에서도 주시하는 사안이다. 인건비·임차료 등 원가가 치솟은 상황에서 식사비 한도를 높이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저가 수입 식자재가 외식업계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오경재 전국한우협회 차장은 “식사비 한도 때문에 한우·한돈 대신 수입 고기를 취급하는 식당을 찾는 이들이 많다보니 국산 축산물을 쓰는 식당에선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식사비 한도를 10만원까지 올려 국산 농축산물의 식자재 사용과 소비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17일 성명을 통해 “2022년도 대한민국 국가청렴도(CPI)는 세계 31위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으며, 2016년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6년 연속 상승했다”며 “이는 그간 농축수산물의 선물가액 상향 후에도 공정과 청렴이라는 법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며 오히려 선물가액 상향 이후 지역경제 활성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식사비 또한 상향된다면 음식점의 외국산 농축산물 의존도를 낮추고 비상경제 시기에 소비 진작이란 고무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익위는 물가상승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식사비 한도 상향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는 만큼 여러 주체의 의견을 들은 후 상향 여부나 폭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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