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법 개정안’ 발의 주목
가설건축물·주택 등 포함
“현장 불편, 안전 우려 해소”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3. 11. 19
농지에 외국인 근로자 숙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뾰족한 해법 없이 농가 속을 썩이는 외국인 근로자 숙소문제가 활로를 찾을지 주목된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고용허가 농업 사업장 주거환경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는 12월까지로 예정돼 있는데, 이례적인 전국적 조사에 농가는 발만 구르고 있다. 고용부가 요구하는 숙소를 구하지 못한 농가가 여전히 적지 않아서다. 지난해 말 고용부가 불법 숙소 의심 사업장 200곳을 단속했을 때는 41곳(20.5%)이 ‘불법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가 말하는 불법 가설건축물이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신고필증을 받지 않은 가설건축물을 의미한다. 비닐하우스 숙소에 거주하던 한 외국인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2021년초 고용부는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농가에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불허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 반발이 커지자 지자체의 신고필증을 받은 가설건축물은 숙소로 인정하겠다고 방침을 완화했다.
문제는 신고필증을 받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당초 논란이 된 건 ‘농지법’상 농지에 외국인 근로자 숙소용으로 가설건축물 설치가 가능하느냐였다. 현행 ‘농지법’에 타 용도 일시사용이나 전용 등을 통해 가설건축물 숙소를 지을 수 있다는 명쾌한 규정은 없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타 용도 일시사용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렸고, 지자체가 이런 규정을 적극 활용하도록 ‘가설건축물 신고 관련 농지의 타 용도 일시사용 협의 처리지침’도 보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에도 지자체는 소극적이다. 국토교통부는 화재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사용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이같은 시각이 신고필증 발급의 재량권을 쥐고 있는 지자체 건축 담당 부서에 영향을 주는 탓이다.
이처럼 정부부처 입장간 교통정리가 부재해 농촌 현장의 불편함이 커지자 최근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경기 포천·가평)은 농지 위 외국인 근로자 숙소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농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농지의 타 용도 일시사용이 가능한 범위에 외국인 근로자 숙소를 명시했고, 전용을 통해서도 숙소 설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때 숙소란 가설건축물뿐 아니라 일반 주택과 간이시설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숙소를 설치할 수 있다면 고용부도 신고필증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면서 “가설건축물뿐 아니라 주택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서 국토부 등의 안전 우려도 해소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농업계의 눈은 논의의 향방에 집중된다.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 의원은 “현장에선 단속에 맞춰 외국인 근로자를 내보내려고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면서 “농식품부가 앞서서 가이드라인을 정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우선 국토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더 할 것이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으면 (타 용도) 일시사용이든 전용이든 주택 형태로 지을 수 있도록 농지법 개정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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