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락동농수산물시장 개장일 감축 시범사업으로 첫 휴장을 한 지난 3일 밤, 평소 같으면 북적였을 시장에는 적막만이 가득했다
휴장 이후 출하 물량 급증…향후 시세 영향 면밀히 살펴야
농수축산신문 이두현 기자 2023. 11. 17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도매권역 개장일 탄력적 운영 시범사업’으로 진행된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첫 휴업일, 전국 산지에 홍보가 잘 된 터인지 당일 현장에 큰 혼선은 없었다. 다만 경매 재개 이후 물량 쏠림으로 인해 시장 내 교통과 하역에 적체가 생겼고 시세도 전주에 비해 다소 하락했다.
# 휴장에 따른 출하량 집중…물류·시세 문제 해결해야
가락시장은 지난 3일 개장일 탄력적 운영 시범사업으로 처음 휴장일을 맞이했다. 이날 휴장을 모르고 출하된 물량은 없는 것으로 확인돼 전국 산지에 가락시장 휴장에 대한 정보는 제대로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 내부 역시 휴장일에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고요해 휴장으로 인한 별다른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양상국 한국청과 상무는 “혹여 휴장일에 출하되는 경우가 있을까 점검하기 위해 방문했지만 반입되는 물량이 전혀 없었다”며 “중도매인들 역시 새벽 배송을 위한 소수 인원만 보였을 뿐 휴장에 따른 큰 혼선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휴장 이후 출하 물량이 급증함에 따라 시장 내 물류 적체와 시세 하락이 발생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가락시장 내 도매시장법인의 한 관계자는 “휴장 직후인 일요일 출하량이 평소보다 30% 정도 증가함에 따라 시장 내 교통 체증과 함께 인력 부족으로 하역도 늦어져 정해진 시간보다 경매가 상당히 지연됐다”며 “전반적으로 경매 초반에는 시세가 약간 높은가 싶더니 이내 하락했다”고 휴장에 따른 여파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세 진폭이 심하다 보니 출하자로부터 많은 민원을 받았다”며 “내년 3~4월에는 날씨에 따라 더 많은 물량이 출하될 것으로 예상돼 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조영한 서울경기항운노동조합 한국청과분회장은 “일단은 시범사업인 만큼 당장 해결책을 요구하기보다는 발견되는 문제점들을 파악해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라며 “일부 중도매인의 경우 배송 지연에 따른 민원을 제기하는 데 이는 시범사업의 의미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휴장에 대한 중도매인 의견 엇갈려
가락시장 채소부류 중도매인은 휴장으로 인해 삶의 여유가 생겼다며 반기는 반면 과일부류 중도매인은 매출에 대한 우려를 표해 같은 중도매인 사이에도 온도 차가 있었다.
이하영 가락공판장중도매인협의회장은 “가락시장 중도매인들과 종업원, 다른 유통 관계자들 역시 오랜만의 휴일을 만끽하며 개인사를 처리하고 에너지를 충전했다”며 “휴장 이후 시세 역시 전반적으로 11월에는 농산물 가격이 하락 국면을 보이는 만큼 휴장에 따른 영향이라기보다는 시기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전했다.
반면 과일부류 중도매인들은 휴장에 따른 이점보다는 거래처 관리의 문제를 더 걱정하는 반응이었다.
최만열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 사무총장은 “일부 중도매인들의 거래처에서 휴장일 물량 확보를 위해 강서시장 시장도매인과 거래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한번 떠나간 거래처를 다시 회복하는 건 쉽지 않은 만큼 최소한 서울시공사가 관리·감독하는 도매시장은 함께 휴장해야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강서시장 경매제의 경우 지방 산지에서 가락시장으로 물건을 보내지 않음에 따라 같은날 강서시장에도 출하하지 않아 가락시장 휴장으로 인한 반사이익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강서시장 도매시장법인의 한 관계자는 “보통 지방의 산지는 가락시장에 출하하며 강서시장 등 수도권 도매시장에 보낼 물량도 함께 작업하는 데 가락시장이 휴장하다 보니 아예 작업을 하지 않아 가락시장 휴장일에 강서시장 반입 물량도 평소보다 줄었다”며 “일부 서울 근교의 엽채류나 한차 단위로 들어오는 무·배추 등만 소폭 늘었을 뿐 가락시장 휴장에 따른 특별한 이점은 없었다”고 밝혔다.
# 휴장으로 인한 직접적인 시세 영향 없어
서울시공사는 휴장 이후 증가한 출하량이 가락시장에서 충분히 소화 가능한 정도로 평가, 시세 하락은 시기적 요인이 크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정가수의매매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출하자의 편의를 위해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공사에 따르면 휴장일 직후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농산물 가격은 전주와 전전주 월요일 평균 대비 13.9% 떨어졌다. 다만 지난 3개년 같은 기간의 농산물 시세 역시 평균 13.7%가 하락한 것에 근거해 이번 시세 하락이 휴장의 영향이 아닌 시기에 따른 예년 수준의 시세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신장식 서울시공사 현대화사업단장은 “시범사업의 첫 휴장인 만큼 당장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이번달의 결과를 놓고 봤을 때 충분히 가락시장 내에서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이 반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상추·깻잎 등 일부 품목에서는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시세 하락이 보였던 만큼 중점적으로 살펴보며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출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향후 시범 휴장을 통해 계속해서 추가적인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출하자를 우선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할 것을 밝혔다.
한편 서울시공사는 휴장일에도 정가수의매매 등을 통한 거래는 허용한다고 밝힌 만큼 이번 휴장일 정가수의매매로 101톤, 시범운영 중인 온라인도매시장을 통해 11톤의 농산물이 거래됐다. 서울시공사는 앞으로도 정가수의매매와 온라인도매시장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휴장일 거래 물량을 더욱 늘린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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