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의 농촌이 각지에서 몰리는 산업·의료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적절하게 처리된 폐기물은 주민 건강과 환경을 해쳐 매립·소각 시설이 들어서는 곳마다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북 청주청원)과 공익법률센터 농본 등이 15일 국회에서 개최한 ‘전국 산업·의료폐기물 매립장 및 소각장 피해 실태와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민간 중심으로 산업·의료폐기물이 무분별하게 관리돼 소각·매립지 인근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전체 폐기물 중 생활계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11.5%(2270만t)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산업·의료폐기물 등 사업장폐기물이다. 하지만 10% 남짓에 불과한 생활폐기물은 정부 주도로 공공에서 처리하고, 90%에 육박하는 사업장폐기물은 민간 중심으로 매립·소각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산업·의료폐기물 관리에 소홀한 사이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점이다. 경북 고령의 한 소각처리업체는 의료폐기물 1500t을 경북·경남 등지에 불법 방치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의료폐기물은 인체 감염 위험성이 있어 특히 소각에 주의가 요구되지만, 관리 소홀로 지역민들이 위험에 놓였다.
기존 폐기물 처리장이 설치된 지역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생활권 반경 3㎞ 안에 폐기물 소각장이 3곳이나 설치된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은 최근 10년 새 주민 60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유민채 추학1리마을발전위원장은 “소각장 오염물질과 북이면 주민 암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재조사 중인 상황에서 지역에 또 다른 폐기물 처리시설이 들어서려 한다”고 우려했다.
신규 폐기물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에선 주민들의 불안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북 완주군 상관면에서는 주거지역 및 교육시설 1㎞ 인근에 의료폐기물 소각장 설립이 추진돼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일대에는 매립면적 16만1129㎡(4만8741평) 규모의 지정폐기물 처리시설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데, 환경오염 등을 우려해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토론회에선 일반 생활폐기물처럼 산업·의료폐기물도 공공 영역에서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신규 매립·소각 시설은 정부 산하 기관이나 광역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 등이 운영하도록 제한하고, 공공이 일정한 역할을 담당해 주민 불신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권역별 처리 원칙을 도입해 전국 산업·의료폐기물이 특정 지역으로 몰려드는 것을 차단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아울러 주민 감시와 사후 관리를 강화함으로써 피해를 예방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승수 농본 대표는 “산업폐기물 시설은 사유시설이란 이유로 주민들의 접근조차 불가능한데, 최소한 생활폐기물 시설 수준으로 주민 감시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민간업체가 (폐기물 처리를 통해) 챙겨가는 과도한 이윤을 환수해 고통받는 지역민을 지원하거나 폐기물 사후 관리를 위한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농본 등 토론회 주최단체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산업폐기물 매립장, 산업·의료폐기물 소각장 문제 해결을 위해 모인 지역주민대책위원회’는 토론회 직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폐기물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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