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감사원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정기감사 보고서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국 마늘·양파·배추 생산자협회 관계자들이 감사 보고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생산자단체, aT 감사 보고서 철회 촉구 기자회견
다방면 고려 필요한 수급관리 매뉴얼만 보고 자의적 판단해
정책수단 감사대상 삼은 ‘월권’
농식품부·aT 대응에도 우려
“농가 경영위험 헤아린 대책을”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3. 11. 8
최근 감사원이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정부비축사업이 부실하게 운영된다는 내용의 감사 보고서를 발표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생산자들이 편향적인 감사라며 보고서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 마늘·양파·배추 생산자협회 등 3개 생산자단체는 8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감사원 aT 정기감사 보고서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감사원의 정부비축사업 등 수급정책에 대한 무리한 감사와 처분 요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현장 혼란만 가중시키는 감사 보고서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생산자들이 이날 길거리로 나서게 된 것은 10월31일 감사원이 발표한 aT 정기감사 보고서 때문이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정부비축사업 실태를 조사한 결과 ▲수급조절 매뉴얼과 다르게 정부비축사업을 추진 ▲적정 보관 기간이 짧은 농산물에 대한 정부비축사업 개선 ▲농업관측 불확실성을 고려한 사업시행지침 수립 필요성 등에서 문제점이 나타났다며 이에 대한 조치사항을 농림축산식품부와 aT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산자들은 감사 결과에 대해 농촌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뿐 아니라 물가 안정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며 반발한 바 있다(본지 11월6일자 6면 보도).
집회에 참석한 생산자단체 대표들은 “정부 수매·방출은 늘 현장 목소리를 담지 못하고 소비자 중심 정책으로 펼쳐져왔다는 의심을 받았다”며 “실제 정부 수매비축은 항상 늦거나 적었고, 수입비축은 농가 성출하기에 맞춰 발표되곤 해 농가들의 피해가 컸는데 이번 감사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잘못을 지적해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생산자들은 이번 감사가 감사원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감사원은 다방면적 고려가 필요한 농산물 수급관리를 하나의 기준으로 해석하고 강제 처분을 요구했다”며 “농산물 수급·가격 안정은 정부비축사업 하나로만 해결할 수 없고 채소가격안정제·농업관측·의무자조금 등 여러 정책을 맞물려 추진해야 하지만 감사원은 오직 수급조절 매뉴얼만 잣대 삼아 수급정책을 비판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감사원의 시각이 물가 안정 측면에만 쏠려 편향된 감사를 진행했다는 지적이다. 생산자들은 “수급정책은 가격 폭등 시에는 민생의 어려움에 대비하고, 폭락 시에는 심각한 농가 경영 위험을 해소하는 정책을 균형 있게 펼쳐야 한다”며 “하지만 이번 감사원 지적은 상승 국면만을 중심으로 개선방향을 제시하면서 농가소득 하락과 경영 위험을 가중시키는 폭락 문제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는 데서 편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농업정책에 대한 무리한 감사와 처분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생산자들은 “농산물 가격 상승 국면에서 어떤 정책 수단을 활용할 것인지, 적정가격의 기준 등은 감사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며 “이런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원예농산물 수급 고도화 방안’ 등을 통해 현장과 소통한 뒤 결정할 사항으로, 이번 감사는 월권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산자들은 농식품부의 대응에도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농식품부와 aT는 감사 결과를 모두 수용하면서 처분 요구에 따라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오히려 소비자물가뿐 아니라 농가소득 안정과 자급률 등을 고려해 수매비축 및 방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어야 했다”며 “이런 부적절한 대응이 농식품부가 물가관리 부처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게 만들 수 있다”며 감사 결과에 대한 의견을 적극 개진해달라고 당부했다.
남종우 전국양파생산자협회장은 “생산자들은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이번 감사원의 감사 보고서를 인정할 수 없다”며 “감사원은 보고서를 철회해 재작성하고, 정부는 농산물 수급정책을 밥상물가에만 치중하지 말고 농가 경영 위험도 같이 고려해 균형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