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규제 완화 보고서 논란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3. 11. 6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태’를 계기로 개정된 ‘농지법’이 시행된 지 1년반여 만에 강한 반작용이 일고 있다. 완화 일변도였던 농지 규제가 모처럼 강화되자마자 이를 다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런 내용의 보고서가 국정 컨트롤타워인 국무조정실까지 들어갔다.
최근 국무조정실에 제출된 ‘농지이용규제 합리화 연구’ 용역보고서는 농지 규제 완화 종합세트라 할 만하다. ‘구시대적’ 경자유전 원칙을 전환하자고 문을 연 보고서에는 ▲농업진흥지역 조정 ▲농지취득규제 개선 ▲농지전용제도 개선 ▲농지임대차 개선 ▲농지보전부담금제도 개선 등 농지에 관한 거의 모든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관련기사 4면
농업계는 사회적으로 깊은 합의가 필요한 내용이 정부의 개발 기조와 맞물려 영향력을 얻는 것이 아닌지 우려한다. 연구용역을 발주한 곳은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으로, 여러 법령과 이해관계로 풀기 어려운 규제를 발굴·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된다. 규제혁신추진단은 8월 해당 용역 결과에 대한 보고회를 열어 “정부 규제 혁신 추진에 기여하고 농지이용규제 합리화를 위한 기초정책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얼핏 농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듯 보인다. 실제 농지를 소유한 농민 중심으로 농지 규제를 풀어 재산권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잖이 제기된다.
하지만 농업을 대하는 태도가 우려스러운 지점도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보고서는 “농업과 농민 보호의 근거는 개발연대기의 희생양 신화지만 지금은 실효성을 상실했다”든가 “농업 중요성이 급격히 감소한 경제에선 경자유전의 원칙과 정당성이 없다”면서 농업이 쇠퇴해 경작하지 않는 농지가 늘어나니 이를 개발 수요에 활용하자는 논리를 편다.
국무조정실은 보고서의 영향력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규제혁신추진단은 자문기구 성격”이라면서 “농지이용규제 합리화를 과제로 검토하긴 했지만 (연구 결과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이견이 있어 국무조정실은 현재 이 과제를 보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해당 보고서에는 우리 부처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강화된 ‘농지법’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는 만큼 부처 차원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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