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관련 예산에 포함 안돼
농가 부담액 2000억원 추산
“소비자물가에도 부정적 영향”
농업계 “국회 심사서 반영을”
농민신문 김해대 기자 2023. 11. 5
농협 판매가 기준으로 농민들이 올해 1만2000원에 쓰고 있는 ‘그레뉼요소(20㎏)’ 비료가 내년부터는 1만7700원으로 오를 상황에 놓였다. 정부의 무기질비료값 인상분 지원이 내년에는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해결 안되면 내년에 농가가 떠안아야 할 전체 무기질비료값 인상 부담액만 2000억원에 달한다. 국회의 예산안 심사단계에서 관련 예산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농업계에서 강하게 나온다.
농협 등에 따르면 내년 정부 무기질비료값 인상분 지원이 종료될 경우 농가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2036억원 수준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여파와 국제정세 불안으로 비료값이 급등하자, 2022∼2023년 ‘비료가격 안정 지원사업’을 실시했다. 2021년 8월 가격을 기준으로 무기질비료값 인상분의 80%를 정부(30%)·지방자치단체(20%)·농협(30%)이 나눠 지원한 것이다. 올해 기준 ‘21-17-17(20㎏)’ 복합비료의 정상가는 2만550원이지만, 지원사업 덕에 농가 자부담액은 1만4050원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관련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사업 예산을 정부·지자체·농협이 매칭방식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정부 예산 지원이 없으면 지자체 지원도 끊길 것”이라며 “농협도 (정부 예산 지원 없이는) 다른 품목·농자재와 형평성 문제로 단독으로 지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내년도 농가의 비료 수요량은 90만t으로 추산된다. 현재 정부 지원사업으로 비료 1t당 농가가 실제 지불하는 가격은 65만1000원인데, 만약 정부 지원이 종료되면 87만8000원으로 뛴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최소 600억원은 편성해줘야 농가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농협의 분석이다.
여기에 비료 원재료값이 오름세를 보이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등을 보면 비료 요소 수입가격은 1월 1t 당 537달러에서 7월 388달러로 내렸다가 9월 409달러로 반등했다. 요소 주수출국인 중국의 내부 사정과 국제 정세가 악화된 영향이다. 비료값 농가구입가격지수도 2021년말 88.8에서 2022년 2분기 196으로 정점을 찍고, 올 2분기에도 147.4 수준으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현장에선 정부 지원 중단에 따른 ‘연쇄 충격’을 우려하며, 국회 심사단계에서 예산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비료값 상승이 영농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소비자물가에도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도상 전남 영암농협 조합장은 “10월초부터 산지 쌀값이 줄곧 하락세를 보이며 농가들이 농협을 통해 쌀을 홍수 출하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는데, 무기질비료 정부 지원 중단 소식까지 전해지면 농가 불안심리에 기름을 붓게 될 것”이라며 “비료값 인상 요인이 농업 외부에서 발생한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비료값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규호 경북 김천 직지농협 조합장도 “농업소득이 30년 전 수준인 1000만원 아래로 떨어졌고 인건비는 갈수록 오르는 시점에서 정부의 비료값 지원 중단은 농가에 새로운 고통 하나를 떠안기는 것”이라며 “정부가 내년 예산안의 기조로 약자층 지원을 밝힌 만큼 각종 자연재해와 영농비 상승에 허덕이는 농가에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학구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무기질비료값 지원사업 중단으로 적정 시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농산물 생산량 감소에 따라 소비자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 점을 감안해 국회 심사 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반영되도록 재정당국과 정치권에 적극적인 관심을 요구한다”고 했다.
|
[농민신문] [초점] 재산권 저개발 이유로 전환 제안...농업계 “부작용 불보듯” 
[농민신문] 한국 검역장벽 무너뜨리려는 미국...자몽·신선감자·넥타린 수입 ‘압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