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마트·영화관 등 생활편의시설에서 키오스크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취약계층에 기기 사용법 등을 교육하는 데 쓰이는 정부 예산은 오히려 삭감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고령층과 농어민 같은 취약계층의 디지털 소외가 한층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키오스크 도입에 따른 매장 무인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KT 엔터프라이즈 ‘키오스크 국내시장 규모 전망’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396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5년 2130억원과 견줘 8년 새 86% 급증한 수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키오스크 추정 설치 대수는 45만4741대였다. 3년 전 18만9951대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민간 분야에서의 급증세가 눈에 띈다. 2019년 8587대였던 것이 같은 기간 31배 늘어 26만9207대로 치솟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농어민 등의 어려움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한국소비자원이 내놓은 ‘키오스크 이용 실태조사(2022년)’에서 연령대별 키오스크 불편 사례를 보면 60대 이상은 ‘조작이 어렵다(53.6%)’ ‘검색이 어렵다(42.9%)’ ‘뒷사람 눈치가 보인다(41.1%)’ 순으로 불편함을 호소했다. ‘기기 오류(70.8%)’를 1순위로 지목한 20대와 대조된다.
취약계층의 디지털 접근과 활용 수준이 여전히 낮은 상황도 주목해볼 대목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2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69.9, 농어민이 78.9로 장애인(82.2)·결혼이민자(90.2)보다 더 낮게 나왔다.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란 일반 국민 수준을 100으로 놓고 비교한 수치로, 디지털 기기를 얼마나 잘 사용하고 생활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어떻게 활용하는지 등을 조사해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키오스크가 급증하면서 취약계층의 생활 불편은 날로 느는데 정작 정부 정책은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과학기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 배움터’ 운영사업 예산은 올해 698억4000만원에서 2024년 279억3600만원으로 대폭 깎였다. 해당 예산은 키오스크 사용법, 스마트폰 열차 예매와 같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디지털 기본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전국 복지관·주민센터·도서관 등에서 국민 누구나 교육받게 하는 데 쓴다.
정 의원은 “예산이 줄면 일부 복지관과 주민센터에서는 디지털 교육을 중단하거나 수업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취약계층 교육 예산을 확대해 이들이 사회 전반에서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