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파값이 작황 부진 영향으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가락시장에서 대파 경매가 진행되는 모습.
작황부진 탓 강세 기조 장기화 … 국산 입지 축소 우려
비, 고온으로 고랭지 출하 저조
가을작기도 안좋아 물량 공백 겨울까지 가격 강세 이어질 듯
중국산, 관세에도 국산보다 싸 연말에 수입 늘어날 가능성 커
“도매시장 거래 증가 땐 큰 피해”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3. 10. 24
10월 들어 대파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가을대파 작황이 악화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12월 출하될 겨울대파 작황도 부진한 것으로 파악돼 강세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파값 강세 영향으로 대파 수입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출하자들은 가락시장으로 출하될 경우 국산 시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하는 상황이다.
23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대파는 1㎏ 상품 한단당 평균 3329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평균 경락값(1842원)보다는 80.7%, 평년 10월 평균 경락값(1883원)보다는 76.8% 높은 값이다. 9월 중순까지 1000원대를 유지하며 평년 수준이던 대파값은 하순부터 2000원대로 올라선 뒤 10월 현재까지 2000∼3000원대를 기록하며 지난해와 평년 대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파값 강세가 이어지는 이유는 강원지역 고랭지대파 작황이 부진해 예년보다 출하가 일찍 마무리된 데다 곧바로 이어진 가을작기 대파 작황도 좋지 않아 물량 공백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홍진 제일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여름철 잦은 비와 이어진 고온으로 강원 평창 등 고랭지대파의 작황이 매우 악화했는데, 평년 기준 3.3㎡(1평)당 수확량이 17단이었다면 올해는 12단 정도로 급감해 출하가 사실상 조기 종료됐다”며 “게다가 강원지역에서 최근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불법체류 단속이 강화되면서 일부 산지에서 작업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져 수급이 들쑥날쑥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용석 대아청과 경매사는 “가을대파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나 경기권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생육 부진 영향으로 출하 시기가 늦춰져 물량 공백이 나타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산지에선 가을대파 출하량이 평균적으로 15∼25%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강세 기조는 겨울대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남 영광·진도·신안 등 겨울대파 주산지 작황 또한 지난해 대비 부진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재 신안지역의 밭떼기거래 시세는 3.3㎡당 2만∼2만3000원으로 형성되는 등 지난해보다 10% 이상 높은 상황이다.
김정원 신안대파생산자협의회장은 “5∼6월 대파 정식이 끝난 후 7∼8월 긴 장마가 이어져 침수 피해가 발생해 생육 부진이 심하게 나타났다”며 “통상적으로 11월말이면 전남에서 대파가 출하돼야 하지만 올해는 12월로 넘어가야 본격적으로 출하될 것으로 보이고, 출하량 또한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승훈 동화청과 경매부장은 “겨울대파 또한 출하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보여 11월에도 물량 공백기가 나타날 것으로 파악된다”며 “현재 겨울대파에 대한 밭떼기거래 시세가 높기 때문에 출하기 가격도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국산 대파값 강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입업계에서도 신선대파 수입을 준비하는 등 국내 생산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의 저율관세할당(TRQ) 수입 등의 영향으로 올해 1∼9월 신선대파 수입량은 3696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49t)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현재 중국 산둥성에서 출하하는 신선대파의 관세(27%)를 적용한 국내 도착가격은 10월 하순 기준 1㎏당 1200∼1300원선으로 추정된다.
한 수입업체 대표는 “최근 수입 신선대파에 대한 식물검역 기준이 엄격해져 업체들이 수입량을 급격하게 늘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만 국산 대파 가격이 워낙 높다보니 겨울대파 출하기에 수입이 늘어날 가능성은 높다”고 했다.
출하자들은 수입 대파 공세가 거세지면 가락시장 등 도매시장 출하가 상시화될 수 있다며 염려하는 상황이다. 실제 최근 일부 수입업체들은 가락시장 쪽 신선대파 출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수입 신선대파는 극소수 중도매인만 취급하며 정가·수의 매매를 통해 간간이 거래되는 양상을 보여왔는데, 만약 수입량이 급격히 늘어난다면 수입 양파처럼 경매까지 요구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수입 양파처럼 국산과 수입이 직접 경쟁하게 된다면 국산 대파 입지가 급격히 좁아질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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