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배추값이 일시적으로 상승하자 한달 뒤 있을 김장철을 앞두고 물가 부담을 거론하는 기사가 쏟아져 배추 출하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강원 춘천의 한 배추밭에서 수확작업이 이뤄지는 모습.
김장철 앞두고 ‘물가 대란’ 우려 기사 또 쏟아져
주요 매체, 자극적 제목 달지만
실제론 작기 전환 공백기 불과 가을배추 출하되면 안정될 듯
성수기 앞두고 수요왜곡 염려 산지 상황 정확하게 취재해야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3. 10. 17
김장 대목을 한달가량 앞두고 산지에선 가을배추 출하작업이 시작되는 등 성수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이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보도가 이어져 출하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추값이 상승하자 김장 물가를 우려하는 보도가 쏟아진 것인데, 전문가들은 배추값 상승세가 일시적인 데다 가을배추 출하가 본격화하면 하향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신중한 보도를 당부하고 나섰다.
11∼15일 주요 매체들은 “‘김장하기 무섭네’…솟구치는 배추값” “치솟는 소금·배추 가격에 서민 시름…김장해야 하나” 등 배추값 폭등으로 김장 물가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기사를 일제히 보도했다. 이같은 기사들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가격 정보를 인용해 최근 고랭지배추 한포기 소매가격이 지난달보다 크게 올라 서민들의 부담이 늘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공통으로 담았다. aT에 따르면 13일 기준 고랭지배추 상품 한포기 소매가격은 평균 6726원으로 한달 전(5501원)보다 22.3% 올랐다. 또 1년 전 가격(6479원)과는 큰 차이가 없었고, 평년 가격(5937원)보다는 13.3%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같은 시세 흐름이 작기 전환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언론 보도와 같이 한달 뒤 김장철 물가까지 연결 짓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점이다. 특히 김장철에 영향을 주는 작기는 가을배추로, 지금 출하되는 고랭지배추 시세를 근거로 가격을 전망하는 것은 터무니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 소매가격에 영향을 주는 도매가격은 일시적인 상승기를 거친 뒤 다시 하락세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6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배추는 10㎏들이 상품 한망당 9165원에 거래돼 지난해 10월 평균 경락값(2만3137원)보다는 절반 이하로, 평년 10월 평균 경락값(1만6393원)보다는 44.1% 낮은 값을 기록했다. 가락시장에서도 10월초 1만원대를 유지하던 배추값이 9∼13일 1만4000원대로 치솟기는 했지만 가을배추 출하가 시작되며 안정세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고행서 대아청과 경매사는 “최근 배추값이 상승했던 것은 출하 중인 고랭지배추 작황이 좋지 않아 품위가 떨어진 데다 작기 전환으로 일시적인 물량 공백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강원지역의 2기작 출하가 이어지고, 경북 영양과 충청권 가을배추 출하가 시작되면서 시세는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소매가격이 도매가격보다 더 높은 상승세를 보였던 것에 대해서는 “고랭지배추의 품위 저하로 감모 발생률이 높아지는 등 전반적인 수율이 낮다보니 대형마트 등 소매업체에서도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도매가격과 유사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산지와 유통업계에선 김장철까지 배추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김장철 본격 출하될 가을배추의 올해 재배면적은 1만3856㏊로, 지난해(1만3953㏊)보다는 0.7% 줄고, 평년(1만3504㏊)보다는 2.6%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작황은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생산량은 지난해와 평년보다 각각 5.9%·0.5% 줄어든 127만3000t 수준으로 전망됐다. 다만 가을배추 작황을 결정짓는 10월 중하순 기상 여건이 좋아 향후 생산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조일현 전남 해남 산이농협 전무는 “해남배추의 경우 고온이 이어지던 8월에 다소 이르게 정식에 들어간 물량의 작황은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그 이후 정식한 물량은 작황이 양호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전반적으로 김장철 배추 공급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안점섭 한국청과 경매사는 “일부 지역에서 가을배추 작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지만 결국 출하면적이 지금보다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고, 소비는 그만큼 원활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배추값이 우려할 만큼 상승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출하자들은 김장철을 앞두고 정확하지 않거나 섣부른 보도가 나갈 경우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가 꺾이는 등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며 신중한 보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의 경우 9∼10월 배추값이 상승하자 상당수 매체에서 김장 물가 폭등 우려를 담은 보도를 쏟아냈지만 정작 김장철인 11월에는 시세가 10㎏들이 상품 한망당 4000∼5000원대로 폭락해 출하자들이 허탈해한 바 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지난해 언론의 왜곡 보도가 김장철 소비 심리에 악영향을 준 것이 배추값 폭락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한 섣부른 보도가 이어질 경우 출하자 피해가 커질 수 있으니 산지 상황을 취재한 뒤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보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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