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2~3년 전부터 중도매인을 중심으로 농산물도매시장 내 주5일제 도입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올해 두 차례의 시장관리운영위원회를 열고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을 검토, 다음달과 오는 12월, 다음해 3·4월에 월 1회 휴업을 시범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21일 서울시의회에서 주최하고 임춘대 서울시의원이 주관한 ‘도매시장 기능 지속 유지를 위한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방안 토론회’에서는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개장일 감축과 관련해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상추 등 저장성 떨어지는 품목 보관 문제
시세 하락·산지 노동력 부담 가중 등 농업인 소득 악영향이 가장 큰 우려
충분한 사전준비·계도 기간 통해
산지 대비책·대비 기간 마련하면 성공적인 개장일 감축 기대
인력지원사업 등 개장일 감축 외 방법들도 고려해야
농수축산신문 이두현 기자 2023. 10. 13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개장일 감축 시범사업이 예정된 가운데 도매시장 유통인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공감하면서도 출하 일수 감소에 따른 농산물 보관 문제와 홍수 출하·시세 하락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다음달과 오는 12월, 다음해 3·4월에 월 1회 가락시장을 휴업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이는 그간 중도매인들을 중심으로 근무 여건 개선, 인력 유입 등을 이유로 주5일제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커져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 해당 사항을 검토,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결정됐다.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 여부에 따라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 보호라는 공영도매시장의 개설 목적과 도매시장 내 유통인들의 근무 여건 개선이 상충하는 만큼 철저한 준비와 점검, 시범사업 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요구된다.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을 둘러싼 찬반양론을 살펴본다.
#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 농가 피해 불가피
가락시장 개장일이 감축되면 일일 거래량이 증가해 시세가 떨어지고 이는 곧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농업인들의 소득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가장 큰 우려점이다. 이외에도 출하 연기·보관이 어려운 품목과 산지의 노동력·인프라 부족 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생산자들은 개장일 감축에 따라 농산물 시세 하락이 불가피하며 특히 가락시장의 시세는 전국 공영도매시장에 영향을 주는 만큼 파급력이 클 것으로 걱정했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가락시장의 경락가격은 국산 농산물의 기준 가격처럼 통용되는 만큼 가락시장의 시세가 하락하면 전국 공영도매시장의 시세도 따라갈 것”이라며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농업인단체, 산지출하자, 도매시장 종사자 등이 함께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시범사업 기간 물량·시세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개장일 감축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상추·딸기 등 저장성이 떨어지고 수확과 동시에 출하해야 하는 품목의 경우 더욱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임한수 운봉상추생산자협의회장은 “상추의 경우 당일 수확, 당일 출하가 원칙으로 산지에서 저온창고 보관도 불가능하다”며 “농산물도매시장이 토·일요일 연속으로 휴장해 출하를 못 하면 상품성 저하 등 농가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더불어 농촌 역시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은 산지의 노동력 문제에 더 큰 부담을 가할 것이란 의견이다.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촌 지역은 인력이 부족할뿐더러 인건비마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어 노동력 문제가 심각하다”며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으로 출하일수가 줄어들면 이전에 6일간 작업하던 물량을 5일 안에 끝내야 하는 만큼 농업인들의 노동 부담이 가중되거나 추가적인 인건비가 발생할 것”이라고 농촌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시공사의 시범사업 세부계획 자체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최근 들어 기후변화 등으로 농산물의 생산량, 시세 등의 변동 폭이 커지고 동향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지는 만큼 서울시공사에서 과거의 거래 물량, 시세 등을 바탕으로 개장일 감축 시 예상한 추정치의 신뢰성에 의구심이 생긴다“며 ”더불어 휴업일에 출하할 경우의 대책으로 정가수의매매를 주장하지만 현장에 물건을 방치할 시 상품의 변질 등 출하자가 지게 되는 피해에 대해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서울시공사에서 동절기 위주의 개장일 감축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제주지역은 월동무, 양배추, 감귤 등 주요 생산 품목이 겨울에 주로 생산되는 만큼 농산물 출하에 차질이 빚어져 반발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 근무환경 개선하지 않으면 도매시장 존폐 기로
가락시장 중도매인들은 주 6일간 저녁을 시작으로 다음날 아침까지 14~16시간가량 근무해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질뿐더러 최근 젊은 층의 신규 인력 유입도 없어 도매시장 존폐 위기까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강력하게 개장일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엄주헌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장은 “수십년간 중도매인들은 밤낮없이 뛰며 농산물 분산이라는 역할에 매진했지만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있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삶의 질, 일과 휴식의 균형 등이 중요해진 만큼 도매시장 종사자들에게도 최소한의 근무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저녁부터 아침까지 14시간 이상 근무하는 도매시장 환경상 젊은 층의 유입과 중도매인 2세들의 가업 승계가 매우 적어 도매시장 유지를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개장일 감축과 관련해 시세 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최근 산지는 빠르게 도매시장 정보를 접해 출하 전략을 수립하고 일정을 조정하므로 생각보다 타격이 적을 수 있는 만큼 우선 시범사업을 통해 개장일 감축의 영향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가락시장 내 물류·운송을 담당하는 하역노조 역시 개장일 감축을 통한 근무여건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고령화되는 하역노조가 점차 소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규 인력 유입이 중단된 채 하역노조가 사라지면 물류비용이 크게 상승하고 이는 결국 생산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하역노조의 입장이다.
가락시장이 주 6일간 야간에 운영돼 이곳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소매점 등도 이에 맞추다 보니 구인난이 심한 상황이다.
송도의 마트킹 농산전략부 본부장은 “가락시장 운영시간에 맞춰 구매팀과 배송기사가 근무하는데 근무시간과 일수가 너무 길어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며 “이에 소매점 등이 가락시장에서 구매하는 물량을 점차 줄이다 보면 결국 가락시장의 취급물량 자체가 감소하고 생산자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인력 유입 감소가 연쇄적으로 문제를 유발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도매시장법인은 도매시장 종사자들의 근로여건 개선을 위해 개장일 감축에 반대하지 않지만 원활하게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을 시행하려면 충분한 사전 준비·계도 기간을 통해 산지에서 대비할 수 있는 시간과 저온창고 등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원석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가락시장지회장은 “가락시장을 이용하는 전국의 출하자들과 만나 개장일 감축에 대해 알리고 개장일 감축에 따른 문제 발생과 산지의 대응을 우려하는 만큼 산지가 대비할 수 있는 기간을 마련해야 한다”며 “또한 콜드체인 등 농산물의 상품성을 유지하며 유통·보관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성공적인 개장일 감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철저히 준비, 점검하되 다양한 방법들도 고려해야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과 관련해 다양한 시선의 의견들도 제기됐다.
우선 서울시공사의 시범사업 계획에 대해 관계법령의 면밀한 검토와 예외를 없앤 시범사업 추진을 통해 문제점을 사전에 발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윤두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는 “서울시공사에서 가락시장 휴업일에 도매시장법인의 제3자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내놨는데 이 부분이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33조 거래의 특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시범사업 때는 예외 없이 완전히 휴업하며 개장일 감축에 따른 문제 발생 여부를 명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춘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시와 관계부처의 인력 지원 사업을 통해 근로자를 늘려 교대 근무 등으로 시장은 주 6일 개장하되 근무자들은 주5일제를 도입하면 생산자의 피해도 없을뿐더러 고용창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등이 고용인원을 늘려 교대 근무 시행으로 업무시간을 줄이고 자체적인 주5일제를 도입하면 일자리 창출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한다”며 “다만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공적 이익을 감안해 서울시, 관계부처 등의 지원사업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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