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장에도 명절 특수가 실종돼 지지부진한 시세 흐름을 보이던 배추·무 가격이 추석 이후에는 더 큰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극심한 소비부진에 올여름 내린 비와 고온의 영향으로 배추·무 품위 저하가 심각해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가을 배추·무 생산량이 평년 수준으로 전망돼 김장철 수급 동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배추·무 가격 소비절벽 영향으로 급락…보합세 전망
추석 이후 배추·무 가격 하락세가 심화하고 있다. 6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배추는 10㎏들이 상품 한망당 평균 1만1904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평균 경락값(2만3137원)보다는 48.5%, 평년 10월 평균 경락값(1만6393원)보다는 27.4% 낮은 값이다. 같은 날 무값은 20㎏들이 상품 한상자당 평균 1만1977원을 기록해, 지난해 10월 평균(2만8853원)보다는 58.5%, 평년 10월 평균(1만9157원)보다는 37.5% 낮은 값을 보였다.
배추·무 가격은 추석 대목에도 평년 가격을 밑도는 날이 많이 나오는 등 대체적으로 부진한 시세 흐름을 보였다. 그러다 추석 이후부터 배추·무 가격 모두 1만원 초반대로 급락하며 하락세가 점차 심화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배추·무 시세가 하락을 거듭하는 데는 극심한 소비부진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고행서 대아청과 경매사는 “통상 추석 대목장이 지나고 보름가량은 가정에서 농산물 소비가 급감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거기다 최근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가공업체나 외식업체로의 배추·무 납품도 줄어들어 전반적인 소비 위축으로 시세가 하락세를 띠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출하되는 강원지역의 배추·무 품위가 크게 저하된 것도 시세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현재 강원지역의 여름 배추·무는 출하 마무리 단계로, 주 출하지역은 홍천군 내면, 정선군 임계면, 평창군 대관령면 등이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올여름 강원지역에 장기간 비가 내린 데다 고온 현상까지 이어져 전반적으로 배추·무 품위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예년 같으면 시장 출하가 불가능할 수준의 물량까지 출하되고 있어 중·하품 가격이 상품 가격의 절반 이하로 폭락하는 등 품위에 따른 가격 차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추·무 가격은 당분간 보합세를 띠다 작기가 전환되면 변환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 경매사는 “소비부진이 당분간 이어지면서 이달 중순까지는 보합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달 하순 배추·무 가을작기 출하가 시작되면 출하지역이 전국권으로 넓어지기 때문에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시세 변동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을 배추·무 생산량 평년 수준…작황 변수 남아 있어
한편 김장철이 한달가량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가을 배추·무 생산량은 평년 수준으로 예상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가을배추 생산량은 127만3000t으로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5.9%·0.5%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가을일반무 생산량은 39만3000t으로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1.5%·2.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을 배추·일반무 모두 재배면적은 평년보다 늘어났지만 작황이 악화해 생산량은 평년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효수 전국배추생산자협회장은 “경기·충청권은 가을배추 작황이 좋지 않지만 전남 해남은 평년작 이상으로 파악된다”며 “기상이 급격히 악화하는 등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김장철 배추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북 고창에서 가을무 수매를 준비 중인 산지유통인 최한복씨(76)는 “가을무 비중이 높은 고창지역은 작황이 좋지 않은 편이나 전국적으로 재배면적이 늘어난 것으로 보여 생산량이 예년보다 감소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달 하순부터 가을 배추·무 출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남은 2주가량 기상에 따른 작황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사무총장은 “태풍 등 별다른 변수가 없을 걸로 예상되지만 일교차가 커지는 등 기상이 급변하고 있어 속단하긴 이르다”며 “작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기상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어 지켜봐야 할 때”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