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옥천군 동이면 적하리의 한 시설하우스 농가 인근에 나무팰릿이 사람 키보다 높게 쌓여 있다.
장기간 노지에 묵혀 손상, 부식 안전사고 위험 커 재활용 불가
이용 업체 달라 회수도 어려워 경관 해치고 환경오염 등 우려
농가 “영농폐기물로 분류하고 지자체 중심 수거작업 벌여야”
농민신문 옥천=황송민 기자 2023. 10. 9
퇴비 운반용 나무팰릿이 농촌 곳곳에 방치돼 경관을 크게 해치고 환경오염까지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찾은 충북 옥천군 동이면 적하리. 큰길을 벗어나 농로로 들어서자 버려진 나무팰릿이 길 옆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한 시설하우스 앞에는 팰릿이 사람 키보다 높게 쌓여 있어서 무너질까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일부는 방치된 지 꽤 됐음을 말해주는 듯 수풀이 팰릿 위를 수북이 덮었다.
김낙종 이장(72)은 “한해에 우리 마을에서만 50∼60개의 나무팰릿이 나오지만 마땅히 처리할 방법이 없어 대부분 풀숲과 공터에 버려져 흉물로 전락했다”며 “퇴비업체에 도로 가져가달라고 요청해봤지만 거절당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촌에서 퇴비를 사서 쓴 지 6∼7년이 됐으니 버려진 양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평산리의 이종호씨(70)도 “나무 보일러 땔감으로라도 사용하려고 노력하지만, 분해하기도 힘들고 곳곳에 박힌 못 때문에 사고 위험이 매우 커 주저하게 된다”며 “건축용 합판을 재활용한 것들은 태우면 유해물질이 발생하는 탓에 주변 환경도 오염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농가의 퇴비 사용 방법이 꼽힌다.
지방자치단체 지원으로 공급된 퇴비는 농가의 영농 일정에 따라 사용하는 시기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일부 농가는 받은 퇴비를 나무팰릿 위에서 1∼2년 묵혔다가 사용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나무팰릿이 크게 손상되고 부식돼 재활용할 수 없게 된다.
A퇴비업체 대표는 “농가에 퇴비를 배달하고 바로 나무팰릿을 회수하면 좋겠지만, 농가 대부분이 농지 옆에 두고 오랜 시간 퇴비를 사용해 팰릿이 훼손되기 일쑤”라며 “퇴비 생산설비에 망가진 나무팰릿을 넣으면 고장이 발생해 재활용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활용한 것의 내부 부식이 심해지면 자칫 안전사고가 날 수 있어 걱정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영세하고 난립한 퇴비업체 상황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농협 관계자는 “옥천지역만 해도 퇴비를 공급하는 업체가 20곳이 넘는다”며 “농가마다 이용하는 업체가 다르고 거래업체 변경도 잦아 영세한 업체들이 다른 업체의 팰릿을 책임지고 수거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가와 업체는 팰릿을 농약병·폐비닐 같은 영농폐기물로 분류해 지자체가 책임지고 처리해달라고 요구한다.
김 이장은 “많은 양의 팰릿이 농촌에 방치된 만큼 지자체가 중심이 돼 대대적인 수거작업을 벌여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마을 단위로 일정 기간 한곳에 모아두면 수거해 가는 영농폐기물처럼 처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업체 대표는 “지자체에서 일괄 수거한 후 이를 화력발전 원료로 사용한다면 연료비도 절약하고 농촌 환경도 보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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