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가락시장 워라밸 있는 삶-청년 일하고 싶은 일터로 탈바꿈해야
장시간 야간근로-유통인 고령화 등 인력 이탈-구인난 심화 위기
요일별 물량 집중도-물량 변동성 등 분석 결과 토요일 휴업 최적
11∼12월-내년 3∼4월 첫 번째 토요일 개장일 탄력 운영 들어가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2023. 9. 22
가락시장 종사자들도 남들과 같이 쉼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가락시장 종사자들은 여전히 주 6일제 근무를 하고 있어 제대로 된 워라밸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락시장에서 근무하겠다는 청년세대를 찾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실제 가락시장은 만성적으로 근로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으며, 일의 효율도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문제는 피로로 인한 사건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락시장에서 사소한 일로 사고가 발생하면 큰 인명피해나 재산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가락시장의 현실은 주 6일의 장시간 야간근로, 유통인 고령화 등으로 인력 이탈 및 구인난이 심화돼 도매시장 기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점점 커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주 6일의 장시간 야간 근로(일 16시간 수준) 등으로 인한 근로 환경이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코로나 이후 구인 건수는 약 1.8배 증가한 반면 인력 미충원율은 약 1.4배 증가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60대 이상 청과 중도매인이 49%를 차지하고 있으며, 청과 하역노조도 48%로, 10년 후에는 각각 79%, 85%를 차지할 수 있다는 수치도 나오고 있어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서울시나 국민신문고 등에는 가락시장 주 5일제 도입을 요구하는 민원이 매년 제기되고 있으며, 언론에서도 공론화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시장 개장일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공사는 지난해 9월 15일부터 올해 8월까지 시장관리운영위 등을 통해 가락시장 주 5일제 도입 검토에 착수해왔으며, 지난 5월 17일 시장관리위 산하에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 관련 협의체’를 구성하고, 출하자 의견 조사 결과 및 개장일 감축 시범사업(안)을 만들어 본격적인 시범사업 추진에 이르게 됐다.
공사는 우선 가장 중요한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 시 물량 및 가격 분석을 통해 주 5일 도입 시 휴업 요일을 중 가장 손해가 최소화되는 날을 분석해 결과를 도출했다.
현재 일본의 도매시장의 경우에는 수요일과 일요일에 휴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가락시장 여건 상 많은 변수와 상황을 직시하고 최적의 휴업 요일로 토요일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툐요일과 일요일에 가락시장이 휴업에 들어간다면 요일별 물량 집중도나 물량 변동성 등 수요일 휴업 시 보다 완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공사 관계자는 “물량 수용측면을 검토한 결과 현대화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월 1회 수준에 토요일 휴업이 적합한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현대화 사업 완료 전 전면 주 5일제 시행 시 연간 개장일의 약 50%가 수용 용량이 초과될 것이고, 토요일 휴업이 물량 집중도·변동성 완화로 시장 운영 및 수급 안정에 유리할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가격 측면 결과에서도 토요일 휴업이 출하자에 유리하게 나왔다”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주 5일제가 되면서 토요일 거래가 위축돼 수요와 공급 감소, 가격하락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토요일 휴업이 현재까지 가장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가락시장 주 5일제 근무와 관련 출하자 의견 조사 결과, 개장일 감축 필요성은 공감했지만 출하일수 감소로 피해를 우려하는 답변이 나왔으며, 하절기 확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저장성이 있는 품목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하절기 복숭아 같은 과일류가 수용성이 낮게 나타났다. 또 생산측면에서 대체로 수요일 휴업을 선화하는 것으로 나타나 분석 결과와 다르게 답변했다.
경매사들의 경우에는 판매가격 측면에서 토요일 휴업이 유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며, 이들은 수요일 휴업 시 토요일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을 우려했다. 특히 과잉 생산물량 조절, 재고 소진 등 구매자 수요에 대응에는 토요일 휴업이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농민단체들도 개장일 감축에 공감하며, 동절기를 중심으로 단계적인 개장일 감축을 실시하고, 동절기·비수기에 개장일(토요일) 감축 시범 사업을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공사 관계자는 “이런 의견을 종합해 개장일 감축은 동절기부터 추진하되 하절기 확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휴업 요일은 토요일로 시범실시 후 요일별 물량 및 가격 변화를 다시 심층적으로 분석한 후 결정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여기에 정가·수의거래, 온라인 도매시장을 활용, 휴업일에 시장 기능 유지를 도모하고,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교차 휴업은 가격 폭락 및 거래 혼란이 발생하기 때문에 적용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락시장 품목별 주 출하 시기 분석 결과, 11월(1주)∼4월에는 개장일 감축 시 영향 받는 품목이 크게 감소했으며, 동절기에는 작물의 느린 성장속도, 상품 보관여건 개선 등 산지 대응력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딸기나 감귤의 경우 동절기 집중 출하 품목이기 때문에 물량 조절 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석 결과가 도출됐다.
공사는 이 같은 종합적 상황을 검토하고 올해 11∼12월, 내년 3∼4월의 첫 번째 토요일을 휴업 요일로 정하고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시범 사업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공사 관계자는 “출하자와 구매자 불편 최소화를 위해 동절기와 비수기부터 단계적으로 개장일 단축에 나설 계획”이라며 “특히 수급안정 및 가격, 시장운영 여건, 근로환경 개선 측면을 고려해 토요일 휴업을 선택해 추진하되, 휴업일에도 정가·수의거래, 온라인 도매시장 등 다양한 거래방법을 통해 시장기능은 유지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공사는 시범 휴업일 운영 방안도 마련했는데, 출하자 및 구매자 사정에 따라 휴업일에 입하된 물량에 대해 정가·수의거래 및 예외적으로 도매법인의 재3자 판매를 허용해 시장기능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또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도입과 연계해 휴업일 시장기능을 보완하고, 매잔품 판매 등 중도매인의 개별 영업은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공사 관계자는 “시범휴업일 실시와 관련해 홈페이지나 안내문자 발송 등으로 사전 홍보에 나설 계획이며, 산지 출하자 단체에 홍보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하며, “시범휴업일 산지 홍보 및 출하 예정물량의 타 요일 분산 출하 유도, 중도매인 경매 참여 독려, 하역인원 확보 등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범 휴업에 따른 요일별 물량 비중 및 가격 등락 변화 분석과 주요 품목 출하자 및 중도매인 등의 견 조사, 타 도매시장 물량 변화 등도 분석해 시범사업 성과 분석 및 개장일 감축 단계적 확대 검토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가락시장에서도 주 5일제 도입을 위한 한걸음 전진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이기 때문에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실시돼 가락시장 종사자들에게도 워라밸이 있는 삶,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일터로 탈바꿈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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