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농지의 절반 이상은 65세 이상 고령농이 소유하고 있다. 40세 미만 청년농의 소유 농지 비중은 겨우 1.3%(2020년 기준)다.
고령농이 은퇴하면서 자연스럽게 농업 인력의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하지만 노후 소득에 대한 불안으로 은퇴를 주저하는 고령농들이 많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부터 고령농이 재정적으로 안전하게 은퇴할 수 있도록 ‘농지이양 은퇴직불제’를 시행한다.
◆농업 은퇴 약속하면 월 50만원 지급=농지이양 은퇴직불제는 소유 농지를 매도하면서 농업 은퇴를 약정한 고령농에게 매월 50만원(1㏊ 기준)의 직불금을 최장 10년간 지급하는 직불제다. 고령농은 농지이양 은퇴직불금을 신청하면 그냥 농지를 팔았을 때와 달리 농지 판매대금에 더해 연간 600만원(1㏊ 기준)을 추가로 손에 쥐게 된다.
가입 대상은 영농 경력이 10년 이상인 65세 이상 79세 이하 농민이다. 대상 농지는 ▲농업진흥지역 농지 ▲경지정리된 비진흥지역 농지다. 신청 면적은 최대 4㏊까지 가능하며 신청자가 3년 이상 소유한 농지여야 한다.
농지이양 은퇴직불제는 ‘농지 매도’가 원칙이다. 다만 당장 농지를 파는 데 부담을 느끼는 농민들을 위해 농식품부는 매도를 조건으로 농지은행에 일정 기간 농지를 임대하는 ‘매도 조건부 임대’라는 농지 이양방식을 마련했다. 직불금 단가는 농지 이양 방법에 따라 다르다. 농지를 바로 매도할 경우 1㏊당 월 50만원(연 600만원), 매도 조건부 임대는 1㏊당 월 40만원(연 480만원)을 지급한다.
매도 조건부 임대로 농지이양 은퇴직불금 신청 시 농지연금 상품 중 ‘은퇴직불형’에 가입해야 한다. 은퇴직불형은 농민이 소유 농지를 농지은행에 우선 임대한 후 약정기간이 끝나면 농지를 매도하는 조건으로 월 일정액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신청 농가는 매월 직불금 40만원(1㏊)과 최대 300만원의 농지연금을 받고, 농지 임대기간의 임대료는 일시에 받는다. 향후 농지 매도 시에는 농지연금 채무액을 제외한 농지 판매대금을 받게 된다.
농가는 여건에 따라 ‘매도’와 ‘매도 조건부 임대’를 동시에 신청해도 된다. 예를 들어 2㏊의 농지를 소유한 고령농은 1㏊는 매도, 나머지 1㏊는 매도 조건부 임대로 직불금을 신청할 수 있다.
◆가입연령·지급기한·수령액 대폭 상향=새로 개편한 농지이양 은퇴직불제는 기존 경영이양직불제와 비교해 가입 가능 연령과 지급기한·지급액을 모두 대폭 상향했다.
가입연령은 기존 ‘65세 이상 74세 이하’에서 ‘65세 이상 79세 이하’로 상한 연령을 높였다. 지급기한도 늘어났다. 종전 75세에서 84세까지로 지급기한을 9년 연장해 가입 후 최장 10년간 직불금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65∼75세 가입자는 10년간 직불금을 받고, 76세부터는 지급기간이 1년씩 줄면서 79세 가입자는 6년간 직불금을 받게 된다.
지급단가는 경영이양직불제와 비교해 2배가량 인상했다. 매도의 경우 기존 1㏊당 월 27만5000원에서 50만원, 임대는 1㏊당 20만8000원에서 40만원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연 지급액도 매도 시에는 기존 330만원에서 600만원, 임대 시에는 250만원에서 480만원으로 늘어났다.
◆고령농 농지이양에 900여억원 투입=내년도 농지이양 은퇴직불제 예산은 305억원으로, 2023년 경영이양직불제 예산 215억원 대비 42%(90억원) 늘어났다.
농지이양 은퇴직불제 연관 사업인 ‘은퇴직불형 농지연금’에는 227억원, 고령농의 농지 임대 기간 임차료를 지원하는 ‘맞춤형 농지 지원(은퇴형 임차·임대)’에는 396억원이 편성됐다. 내년 고령농의 농지 이양을 촉진하기 위한 사업에만 928억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농지이양 은퇴직불제를 통해 매수한 농지는 청년농에게 우선 공급해 농업 생산성 향상과 청년농이 스마트팜·그린바이오 등 미래농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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