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대목에도 극심한 소비부진과 수입 양파 공세로 양파값이 하락세를 띠고 있어 출하자들의 근심이 크다. 사진은 전남 함평의 한 저장업체에서 양파를 선별하는 모습
20일 경락값 1㎏당 1209원 지난해 9월보다 16.2% 낮아
TRQ 반입에 비축분도 풀어 명절 지나도 반등 어려울 듯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3. 9. 20
추석 대목장에도 양파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출하자들의 우려가 크다. 극심한 소비부진으로 명절 특수가 사라진 데다 저율관세할당(TRQ) 수입 등 정부의 수급 정책에 따른 여파라는 분석이다. 추석 이후에도 시세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할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양파는 상품 1㎏당 평균 1209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9월 평균 경락값(1442원)보다는 16.2% 낮고, 평년 9월 평균 경락값(917원)보다는 31.8% 높은 값이다. 8월말∼9월초 양파값은 1300원대를 유지했지만 9월 중순부터 1100원대에 거래되는 등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다. 18일부터 산지의 출하 조절이 이뤄지며 양파값이 1200원대로 소폭 반등했지만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가 유지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처럼 양파값이 하락세를 띠는 건 극심한 소비부진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경기부진의 여파가 외식업계에도 밀려들며 시장 내 양파 재고가 쌓이는 등 추석 대목이 무색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문대권 중앙청과 경매사는 “추석 대목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오히려 발주가 줄고 시장 내 재고가 쌓여 물량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 등 소비부진에 따른 여파가 큰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시세가 하락하자 산지에선 출하를 추석 이후로 미루는 등 출하 조절에 나서고 있지만 반등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소비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의 수급 대책도 시세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8월말 추석 민생 대책의 일환으로 물가 안정을 위해 양파 TRQ 수입을 3만t 규모로 진행한다고 밝히고 9월초부터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양파를 수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들어 가락시장에 수입 양파는 하루에 많게는 200t, 평균적으로는 163t씩 반입되고 있다. 거기다 물가 조절용으로 비축했던 국산 양파까지 출하하면서 시세가 반등할 여지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문 경매사는 “19일 정부가 비축했던 양파를 출하하기 시작했는데, 품위가 좋지 않아 중·하품 시세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TRQ로 수입된 양파 반입량이 늘며 가격이 800원대로 내려간 상황이라 국산 수요는 줄고 수입 수요는 늘어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파 시세는 추석 이후에도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TRQ뿐만 아니라 국영무역을 통해서도 양파를 수입해 비축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을 통한 물가 안정 기조가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aT는 7일부터 ‘2023년 세계무역기구(WTO) TRQ 신선양파 구매입찰’ 공고를 올리고 약 1만5000t 규모의 국영무역 수입을 진행하고 있다.
류현덕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사는 “보통 추석 이후 1∼2주간 농산물 소비가 줄기 때문에 10월에도 양파 시세 전망은 밝지 않다”며 “10월 하순부터 소비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정부 정책으로 수입 양파 또한 상시 출하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양파값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시세 흐름을 보이면서 산지농협과 저장업체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 양파 품위가 전반적으로 예년보다 좋지 않아 감모 발생률이 높은 상황에서 수매 가격까지 고려하면 현 시세가 유지될 경우 적자폭이 커질 수 있어서다.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수매한 양파는 상품보다는 중·하품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전체 평균 수매 가격은 1㎏당 900원 수준이 될 것”이라며 “현재 가락시장에서 중·하품 가격이 1㎏당 700∼800원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현 시세가 유지되거나 하락하면 적자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석규 한국농산물냉장협회장은 “올해 산지 유통인들의 양파 수매 가격이 농협들보다 높고, 감모율과 저장·물류 비용 등을 고려하면 시장 시세가 1㎏당 1400원대는 나와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며 “올해 유통인들이 큰 손해를 볼 경우 결국 내년도 수매 가격이 하락하는 등 농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국산 양파 시세 반등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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