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근로자 도입규모가 점점 커지는데도 여전히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선 한두명의 공무원이 계절근로자 입국부터 사후관리까지 모든 업무를 도맡는 실정이다. 지자체 행정력이 닿지 않는 곳에선 농가가 필요 인력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거나 농가와 근로자 간 분쟁, 무단이탈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지자체 지원기관 설립’을 약속했지만 1년째 감감무소식이다.
최근 전남 A지역 농가 위모씨는 인근 B지역 결혼이민자의 친척을 계절근로자로 들여오려 했다가 A지자체 반대로 포기해야 했다. A지자체가 ‘관내 거주 결혼이민자 친척’만 초청할 수 있다면서 막아선 것이다.
계절근로자를 들여오는 방식은 두가지다. 우리 지자체가 해외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는 방식과 국내 결혼이민자의 친척을 데려오는 방식이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내 거주’ 결혼이민자 친척으로 초청 자격을 한정하는 지자체가 대부분이다. 한국이민사회전문가협회에 따르면, 관외 거주 결혼이민자의 친척을 초청할 수 있도록 허용한 지자체는 계절근로자 제도를 운용하는 120여곳 가운데 18곳(지난해 기준)에 그친다. A지자체 관계자는 “우리 지역엔 베트남 결혼이민자가 많은데 초청한 근로자가 다른 나라 사람일 경우 통역 등을 지원할 수도 없고 이탈 때 누가 책임질지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올초 전남 C지역에선 농가와 계절근로자 사이 임금 분쟁이 벌어졌다. 초기 적절한 중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갈등은 감정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계절근로자가 입국 한달 만에 귀국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런 소식을 접한 강원 D지역 농가가 사업장 변경 절차를 통해 이들을 고용하려 했는데, C지자체와 전 고용주가 ‘근로조건 변동 확인서’ 등 필요 서류 발급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애를 먹었다. 더 큰 문제는 사업장 변경을 우여곡절 끝에 마친 뒤였다. 계절근로자 체류기간을 3개월 연장하려고 했더니 D지자체가 자신들이 데려온 근로자가 아니라면서 추천서 발급을 거부한 것이다. 결국 농가는 애써 데려온 근로자를 2개월 남짓 고용하고 본국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D지자체 역시 관리 어려움과 이탈 때 책임 소재 문제를 거론했다고 한다.
계절근로자가 농촌 일손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이처럼 여전히 한편에선 지자체의 소극 대처로 한숨 쉬는 농가가 많은 상황이다.
지자체도 할 말은 있다. 계절근로자를 해외에서 선발해 들여오는 과정부터 사후관리와 이탈 방지 역할까지 한두명의 인력이 도맡고 있어서다. 앞선 A·D지자체의 계절근로자 담당 인력은 각각 1·2명이었다. A지역 농가 위씨는 “담당자 주 업무가 청년농 육성이라 계절근로자 업무에 전념하기 어려운 데다 그나마도 담당자가 자주 바뀌어 전문성도 떨어진다”고 푸념했다.
이런 지자체의 업무 부담은 계절근로자 이탈문제로도 이어진다. 최근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난해 입국한 계절근로자의 10%(1151명)가 사업장을 무단이탈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지자체 공무원이 1∼2명뿐인 상황에서 지자체 여건과 역량에 따라 무단이탈 규모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 2면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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