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산 고추다대기 수입이 급증해 농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고추다대기를 건조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향신료 조제품으로, 외관상 고춧가루와 구별하기 어려워 소비자들이 오해하기 쉽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식품 유형: 향신료 조제품 △ 원재료 및 성분명: 중국산 고추씨, 중국산 혼합조미료
관세 낮은데다 가공 필요없어 고추장 제품 주원료로 수요↑
대기업들도 사용량 계속 늘려 말려서 고춧가루인양 편법도
“국내 고추산업 보호대책 시급”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3. 8. 31
중국산 냉동고추에 이어 고추다대기 수입이 급증해 국내 농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입된 고추다대기는 고추장의 주원료로 사용되는가 하면 건조 과정을 거친 후 유사 고춧가루로 팔리고 있어 국내 고추산업을 위협하는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산 고추산업을 보호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타 혼합조미료(고추다대기)는 10만6180t이 수입돼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2년 수입량이 6만6529t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0년 만에 60% 증가한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 6만3968t이 수입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가량 늘어났다. 이같은 상승세는 그동안 국내 고추산업의 가장 큰 위협요소였던 냉동고추의 수입과는 다른 흐름이다. 2022년 냉동고추 수입량은 전년보다 12.1% 줄어든 21만6552t으로, 2013년 이후 매년 증가하던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고추다대기를 포함한 기타 혼합조미료 수입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낮은 관세와 가격, 편의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산 고추다대기의 수입 관세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정세율인 44.5%가 적용된다. 이는 건고추·고춧가루(270%)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중국산 고추다대기의 1㎏당 수입 단가는 평균 1.4달러 수준으로 관세가 27%인 냉동고추(0.7달러)보다 2배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냉동고추와 달리 국내에서 건조·분쇄 등 가공 단계를 거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 국내 고추장 및 향신료 조제품 제조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8월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상’ ‘CJ’ ‘사조해표’ ‘샘표’ ‘매일식품’ ‘오복식품’ ‘삼화식품’ ‘진미식품’ ‘신송식품’ 등 국내 업체가 생산한 고추장 제품을 전수조사 한 결과 대다수 업체가 중국산 고추다대기와 혼합양념 분말을 원료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년 전 고추장 내 고춧가루 함량 비율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개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조사한 결과 대부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고추다대기와 혼합양념 분말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업체들이 제조한 고추장 중에는 아예 고춧가루가 사용되지 않은 제품이 총 15종에 달했다. 이들 제품은 모두 중국산 고추다대기와 혼합양념 분말을 주원료로 했다. 특히 대량으로 유통되는 업소용 고추장 중에서 국산 고춧가루가 사용된 제품은 단 1종이었고, 그마저도 사용 비율이 1%에 불과해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인다.
한편 고추장뿐 아니라 고추다대기를 건조해 유사 고춧가루(향신료 조제품)로 판매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국내 고추산업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제품은 주로 식자재마트 등에서 ‘김치용’ ‘찜용’ ‘한식용’ 등의 상표를 달고 판매되는데, 가격이 고춧가루보다 20∼30% 저렴한 데다 외관상 소비자들이 고춧가루로 오인하기 쉬워 전형적인 편법 유통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고춧가루 제조업체 대표는 “중국산 고추다대기를 말려 제조한 향신료 조제품 사용이 늘면서 냉동고추를 수입해 고춧가루를 만드는 업체들까지 큰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수입량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국내 고추산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수입 고추다대기 공습이 심화하자 국내 고추장 제조업체들의 국산 고춧가루 사용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류연효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간사는 “식당과 급식업체 등에서 대량으로 유통되는 업소용 고추장의 경우 소비자들이 원산지 등을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국산 고춧가루 사용 비율을 늘려 소비자들이 건강권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유사 고춧가루에 대한 표시 기준을 강화하는 등 국내 고추산업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광범 한국전통식품협회장은 “현행법상 유사 고춧가루는 포장재에 식품 유형으로 ‘향신료 조제품’만 표시하면 유통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대부분 업체들이 소비자들이 식별하기 힘든 크기로 문구를 새겨넣는 등 편법을 자행하고 있다”며 “국산 원료를 사용한 고춧가루와 명백히 구별해 소비자들의 오인을 줄일 수 있는 표시법 등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BS뉴스] 흉작에 수급 조절까지...위기의 배추 농사 
[농민신문] “명절 물가 잡아라”...정부, 성수품 역대 최대 공급 
